군사외교의 첨병인 해외 무관 상당수가 전역 임박자인 것으로 12일 파악됐다. 무관의 경험자산이 군에서 활용되기는커녕 말년 장교의 ‘공로 연수’처럼 운영되면서 근무 해태와 기강 해이 등 우려가 제기된다.
국회 국방위원회 안규백 의원(더불어민주당)이 국방부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무관으로 근무 중인 대령 39명 중 27명(69.2%), 중령 35명 중 4명(11.4%)은 정상진급이 지나 전역을 앞두고 있다. 무관 보직 후 고급지휘관, 국방외교 및 해외정보 관련 직위에 진출해 군 발전에 기여한다는 제도의 취지를 제대로 살리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이렇게 된 것은 군이 지난 4월 무관 지원자격 중 잔여정년을 기존 1년에서 3개월로 축소하는 내용으로 훈령을 개정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이 규정에 따라 무관 역임 후 3개월만 있으면 전역하는 장교도 선발만 되면 무관을 다녀올 수 있게 됐다.
군은 대령급 편제 무관 직책의 대령 보직률이 70% 수준인 점을 감안해 대령급 장교의 지원을 유도하고자 이같이 훈령을 개정했다고 한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무관 제도가 정년을 앞둔 대령들의 전역 전 ‘연수 코스’처럼 활용되는 결과를 낳고 말았다는 지적이다. 전역을 앞둔 무관의 근무 동기 약화를 넘어 군 자체적으로도 해외 네트워크 등 경험자산이 미처 활용되기도 전에 소실될 우려가 제기된다.
군이 일반직 무관과 전문직 무관의 직제 구분을 폐지한 점도 무관의 전문성 약화를 초래했다는 지적이다. 기존엔 일반 무관의 경우 경력 관리를 위해 무관을 지낸 뒤 고급지휘관 및 참모 직위로 진출하도록 했고, 전문 무관은 정보 및 국방외교 분야에 적성이 있는 장교를 선발해 해외 무관을 반복 파견함으로써 전문성을 높이도록 하는 투 트랙 방식으로 운영됐다. 그런데 2021년 5월 훈령 개정으로 일반직과 전문직의 구분이 삭제돼 무관 운영 취지가 퇴색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안규백 의원은 “해외 무관은 국내에 자리가 없으니 말년에 해외에서 휴양이나 할 수 있게 해주자는 식으로 운영해선 안 된다”며 “각국은 국경 없는 전쟁인 정보전에 집중하고 있다. 해외정보의 휴민트인 해외 무관을 이렇게 운영해선 안 된다”고 지적했다. 이어 “국제 감각과 정무 감각을 지닌 군 인력은 하루아침에 만들어지지 않는다”며 “전략적인 해외 무관 양성 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 대령 편제를 줄여 중령 이하 인력을 중심으로 개편하고 장기적 인재 육성으로 초점을 맞추는 게 맞는 방향”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