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아시안 게임 끝나자마자 탈북민 북송한 G2 국가의 민낯

중국 당국이 9일 밤 탈북민 600여명을 전격 북송했다고 북한인권단체가 그제 전했다. 이들은 중국 지린성 훈춘과 랴오닝성 단둥 등 세관 5곳을 통해 동시다발로 북송당했다고 한다. 북한 보위부가 직접 건너와 호송을 지휘했다는 얘기도 들린다. 코로나19 대유행 기간 한국행에 나섰다가 중국에서 잡혀 감옥에 수감돼 있던 이들이다. 대다수가 여성이며, 여기에는 유아와 어린이도 포함됐다고 북한인권단체는 주장했다. 사실이라면 이들이 북한에 돌아가 어떤 고초를 겪을지 불 보듯 뻔하다.

코로나19 이후 중국 내 구금 시설에 수감된 탈북민은 2600명 정도로 추산돼 왔다. 코로나19로 국경을 닫아걸었던 북한은 지난 8월 말 해외 체류자의 귀국을 처음 허용했다. 이 무렵부터 탈북민 북송이 시작된 것으로 보인다. 미국 북한인권단체인 북한자유연합의 수잰 숄티 대표가 “지난 8월29일 2대의 난민버스가 단둥에서 신의주로 향하는 다리를 건너면서 난민 90∼100명의 소중한 생명이 위태로운 상황에 처해 있다”고 한 것에서도 알 수 있다. 당시 미 국무부도 이를 확인했다. 일각에선 이미 중국 구금 탈북자 전원이 강제 북송됐다는 소문도 나돈다.



강제북송은 탈북민을 사지로 몰아넣는 반인권적 행위다. 탈북민은 북한 당국의 정치·경제적 핍박을 피해 탈출한 난민이다. 강제 북송되면 정치범 수용소로 보내져 고문·폭행·처형을 당하거나 비인간적 대우를 받는 것은 자명하다. 그런데도 중국은 지금껏 탈북민을 난민이 아닌 불법체류자로 간주해 단속하고 구금해 왔다. 더구나 항저우 아시안게임이 끝나자마자 무려 600명에 달하는 탈북민을 강제 북송시킨 것은 과연 주요 2개국(G2)과 유엔 인권이사국으로서 자격이 있는지 의문이 들 정도다. 정부는 중국 정부의 인권 경시 태도의 변경을 요구해야 마땅하다. 여야가 그제 외교통일위원회 국정감사에서 한목소리로 정부 대처를 질타하며 조속한 대응을 요구한 이유다.

마침 미 국무부의 한국계 줄리 터너 북한인권특사 내정자가 임명 절차를 마치고 내주 방한한다는 소식도 들려온다. 2017년 이후 6년간 공석이던 북한인권특사의 재등장이다. 터너 지명자는 지난 5월 상원 외교위원회 인준 청문회에서 “북한의 인권 침해와 유린에 책임이 있는 사람들에 대해 책임을 묻기 위해 뜻을 같이하는 정부와 협력할 것”이라고 했다. 정부가 탈북민 강제북송에 대한 우려를 국제사회에 전달하고 추가 북송을 저지하는 데 외교력을 총동원해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