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수도권 민심의 바로미터로 불린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에서 17%포인트 차로 참패한 국민의힘에 후폭풍이 거세게 일고 있다. 내년 총선에 대한 위기감이 확산하면서 당내 주류와 비주류를 가리지 않고 쇄신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쏟아지고, 윤석열 대통령과 당 지도부의 책임론이 제기되는 상황이다.
선거 다음 날인 12일 당내에서는 보선 원인의 장본인이었던 김태우 전 강서구청장을 굳이 공천하고, 대선급 선거대책위원회를 꾸려 당력을 집중하고도 패한 지도부에 대한 불만이 터져 나왔다. 한 중진 의원은 세계일보와의 통화에서 “선거에서 이렇게 큰 차이가 났는데 책임 없이 쇄신안만 내놔서는 당원들이나 국민들이 동의하겠냐”면서 “김기현 대표가 직을 내려놔야 한다. 당에서 책임을 안 지면 결국 용산(대통령실)으로 간다”고 말했다. 한 영남권 의원도 “이번 선거 전략이 실패했으니 지도부 책임론이 나올 수밖에 없다”면서 “대통령실과 당이 아무리 옳다고 생각하는 일이라도 민심과는 차이가 있다는 걸 인정하고 변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번 보선에서 드러났듯 실제 여권을 향한 수도권 민심은 싸늘하다.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가 지난 9일부터 전날까지 만 18세 이상 남녀 1001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전국지표조사(NBS)에 따르면 내년 총선에서 정부·여당 지원론은 43%, 정권 견제론은 46%로 조사됐다. 하지만 서울에서는 지원론이 41%, 인천·경기에서는 40%로 전국 평균보다 낮았고 견제론은 각각 48%, 49%로 높았다. 윤 대통령 국정운영에 대한 긍정평가 역시 전국 평균보다 수도권이 낮게 나타났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당 지도부는 혁신위와 유사한 미래혁신특위를 출범하고 총선 체제를 앞당기는 등 쇄신안을 통해 패배 후유증을 극복할 돌파구를 찾겠다는 방침이다. 당 지도부 관계자는 “김 대표가 내일(13일) 발표할 혁신안을 고민하고 있다. 내일 긴급최고위를 여는 건 지도부가 (상황을) 수습하겠다는 뜻”이라며 “대통령실에서도 당 지도부에 책임을 묻겠다는 기류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현재 인재영입위원장을 맡고 있는 김 대표는 이르면 다음 주 영입 인재 5명을 발표하고, 이후 인재영입위원장직을 다른 사람에게 넘길 것으로 알려졌다. 또 당무감사를 거쳐 수도권 당협위원장을 큰 폭 교체하는 쇄신책도 고려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런 가운데 비윤(비윤석열)계는 윤 대통령 책임론을 공개적으로 제기했다. 유승민 전 의원은 KBS 라디오에서 “한마디로 윤 대통령의 패배다. 대통령이 책임을 져야 할 문제”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윤 대통령에게 앞으로 총선까지 남은 선택은 두 가지”라며 “하나는 총선에 지더라도 윤 대통령 1인 독재 정당, 사당으로 계속 가겠다는 것이고, 두 번째는 철저하게 반성하고 당에 대해 가했던 통제, 용산과 여당 사이 수직적 당정 관계를 포기하겠다고 하면 총선 승리 가망성이 있다고 본다”고 강조했다. 이준석 전 대표는 페이스북에 “2020년 4월 총선에서 보수대결집으로 패배한 이후 서울시장 보궐선거를 거쳐 대선과 지선을 거쳐 쌓아 올린 자산이 완벽하게 리셋됐다”며 “이제부터 실패한 체제를 계속 끌고 나가려는 더 크고 더 비루한 사리사욕이 등장할 것”이라고 적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