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월 기준으로 국가채무(중앙정부)가 1100조원을 돌파했다. 한 달 전보다 12조원 이상 늘어난 규모로, 1100조원을 넘어선 것은 처음이다. 실질적인 나라살림을 보여주는 관리재정수지도 66조원 적자를 기록했다. 연말까지 60조원에 달하는 ‘세수 펑크’가 예상되면서 나라 곳간은 점점 더 비어가고 있다. 국가채무가 치솟고 있는데도 재정준칙 법제화는 국회에서 한 발자국도 나아가지 못하고 있다.
12일 기획재정부가 펴낸 ‘10월 재정동향’을 보면 올해 들어 8월까지 정부의 총수입은 394조4000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시점보다 44조2000억원 줄었다.
총수입이 줄어든 가장 큰 원인은 국세 수입이 곤두박질쳤기 때문이다. 이 기간 국세 수입은 241조6000억원으로 1년 전보다 47조6000억원 감소했다.
정부의 총수입에서 총지출을 뺀 통합재정수지는 8월 말 기준 31조3000억원 적자였다. 정부가 국세수입 등으로 버는 돈보다 쓴 돈이 더 많다는 의미다. 이는 연간 적자 전망치인 13조1000억원의 두 배가 넘는 수준으로, 역대급 세수펑크로 인해 수입이 쪼그라들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통합재정수지에서 국민연금 등 4대 보장성 기금 수지를 뺀, 정부의 실질적인 재정 상태를 보여주는 관리재정수지는 66조원 적자를 기록했다.
관리재정수지 적자 규모는 한 달 전보다 1조9000억원 개선되면서 정부가 예상한 올해 국내총생산(GDP) 대비 적자 비율(2.95%)이 3% 밑으로 내려갔다. 다만 관리재정수지 적자 규모는 정부의 올해 전망치(58조2000억원 적자)를 웃도는 상황이다.
8월 말 기준 국가채무(중앙정부)는 1110조원으로 집계됐다. 국고채 발행 규모가 상환 규모를 웃돌면서 한 달 전보다 12조1000억원 늘었다. 작년 말 대비로는 76조5000억원이나 늘어난 규모다. 특히 정부가 올해 말 기준으로 잡아놓은 연간 국가채무 전망치(1101조7000억원)를 이미 8조원 이상 초과한 셈이다.
정부는 다만 향후 국고채 상환 일정 등을 고려할 때 연말 국가채무가 전망치에 수렴할 것으로 보고 있다. 정부는 9월에 국고채를 24조원 상환할 예정이다. 올 1∼9월 국고채 발행량은 144조4000억원으로 연간 총 발행한도(167조8000억원)의 86.1%로 집계됐다. 9월 외국인 국고채 순투자의 경우 1조원 자금이 유출된 것으로 나타났다. 외국인의 국고채 보유 잔액은 9월 말 기준 213조9000억원이었다.
나라살림 적자 상황은 내년에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기재부는 지난 8월 발표한 ‘2023∼2027년 국가재정운용계획’에서 내년 관리재정수지가 92조원 적자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GDP 대비 적자비율이 3.9%에 달하는 것으로,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재정준칙에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다.
관리재정수지 적자비율을 GDP 대비 3% 이내로 관리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재정준칙은 출범 초기부터 건전재정 기조를 내세운 윤석열정부의 역점 과제 중 하나다. 하지만 사실상 이번 국회에서 처리되기는 힘든 상황임을 고려하더라도 정부 스스로도 재정준칙을 지키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