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를 ‘백현동 개발 비리’ 사건 관련 배임 혐의로만 우선 재판에 넘겼다. 최근 재판이 본격화한 ‘대장동·위례신도시 개발 비리’ 사건과 병합해 재판을 보다 신속하게 진행하겠다는 이유에서다. 검찰은 이 대표를 향한 수사 확대에 다시 시동을 거는 동시에 ‘위증 교사’ 사건과 쌍방울그룹 ‘불법 대북 송금’ 사건도 조속히 처리한다는 방침이다.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3부(부장검사 김용식)는 12일 이 대표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배임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지난달 27일 법원이 이 대표 구속영장을 기각한 지 15일 만이다. 이 대표가 기소된 건 이번이 세 번째다. 이 대표는 지난해 9월 공직선거법상 허위 사실 공표 혐의로, 올해 3월엔 대장동·위례 및 ‘성남FC’ 사건 관련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4895억원 배임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이 대표는 2014년 4월~2018년 3월 백현동 개발 사업을 진행하며 업무상 임무에 위배해, 브로커 김인섭씨 청탁에 따라 성남도시개발공사를 사업에서 배제하고 민간 업자인 정바울 아시아디벨로퍼 대표가 운영하는 성남알앤디PFV 단독으로 진행하게 해 1356억원의 이익을 몰아주고, 공사는 성남알앤디PFV에서 최소 200억원을 받을 수 있었음에도 받지 못해 공사에 200억원의 손해를 가한 혐의를 받는다.
실제로 성남알앤디PFV는 성남시로부터 아파트 건설 목적의 용도 지역 4단계 상향, 용적률 상승, 임대 아파트 비율 축소, 불법적 옹벽 설치 승인, 기부채납 대상 변경 등 각종 특혜를 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검찰은 이 대표의 백현동 사건 배임 혐의 입증이 충분하다고 보고, 위증 교사·대북 송금과 분리해 먼저 기소하면서 서울중앙지법에 이 대표의 대장동·위례 사건 재판과의 병합을 신청했다. 검찰 관계자는 “(이 대표에 대한 구속영장 재청구를 통한) 구속영장 발부보다는 본안 재판에서 공소 유지에 만전을 기하겠다”며 “원활한 공소 유지가 가능하다고 판단해 병합을 신청했다”고 설명했다.
검찰은 백현동 사건과 대장동 사건 모두 이 대표의 성남시장 시절 이뤄진 범행이고, 개발 업자와 브로커에게 개발 이익을 몰아준 구조가 유사하며, 피고인들이 동일한 점, 대장동·위례 사건 재판이 시작 단계인 점도 고려했다고 밝혔다.
법원은 이 대표 구속영장 기각 당시 “백현동 사건의 직접증거 자체는 부족하다”고 지적했지만, 검찰은 “직접증거가 충분하다”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이 대표가 직접 보고받고 확인해 결재한 서류들, 결재 과정들에 대한 물적 증거를 충분히 확보했다는 설명이다.
검찰 관계자는 “민간 업자에게 특혜를 제공한 최종 결정권자가 이 대표”라며 “담당 공무원들이 성남시장 뜻에 따라 했다고 진술했고, 관련 서류들을 확보했다”고 강조했다.
검찰은 위증 교사와 대북 송금 사건도 관련 법리, 보강 수사 필요성 등을 검토해 조속히 처리할 예정이다. 대북 송금 사건을 그간 수사해온 수원지검으로 다시 이송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이날 이 대표 백현동 사건은 대장동·위례 사건을 맡은 서울중앙지법 형사33부(재판장 김동현)에 배당됐다. 두 사건의 병합 여부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검찰은 이 대표 관련 수사를 다시 확대해 나가고 있다.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팀은 원조 친명계인 민주당 김병욱 의원 보좌관 최모씨가 관여한 인터넷 매체 리포액트의 ‘대선 개입 여론 조작’ 사건의 공모 관계와 배후 세력을 추적 중이다. 검찰은 최재경 전 대검찰청 중앙수사부장으로 둔갑한 녹취록 인물이 최씨인 점을 확인했다.
검찰 관계자는 “(민주당의) ‘화천대유 토건비리 진상규명 태스크포스(TF)’ 위원들 중 일부가 허위 보도에 가담한 게 확인됐다”면서 “최씨가 단순히 김 의원을 보좌하고 있다 해서 (영장에 김 의원 이름을) 임의로 기재하진 않았다”고 수사 확대 가능성을 언급했다. 화천대유 TF 단장은 김 의원이었다.
이와 별개로 수원지검은 이 대표가 경기도지사이던 시절 아내 김혜경씨의 ‘법인카드 유용’ 사건 수사에 본격 착수했다. 지난 10일 국민권익위원회가 대검에 이첩한 신고 사건도 수원지검 공공수사부(부장검사 김동희)가 맡을 것으로 보인다.
김씨는 공직선거법상 기부행위 금지 위반, 배임 등 혐의를 받는다. 권익위는 “법인카드의 사적 사용이 이뤄진 기간과 지속성 등을 비춰 볼 때 신고자 진술처럼 전 도지사(이 대표)가 그 사실을 알았을 개연성이 있다”고 밝혔다.
민주당 검찰독재정치탄압대책위원회는 이날 검찰의 이 대표 기소에 대해 “이 대표를 범죄자로 만들겠다는 그릇된 집착을 끝내 버리지 못한 모양”이라고 비판했다.
이들은 “법원이 검찰 주장에 법리적으로 문제가 있음을 지적했는데도 영장 기각 보름 만에 불구속 기소를 강행한 이유가 무엇이냐”며 “검찰 목표가 수사가 아니라 괴롭히기였으며, 진상 규명이 아닌 범죄자 낙인찍기에만 몰두하고 있음을 자인한 것 아니냐”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