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뿐 아니라 가계와 기업까지 ‘경제 3대 축’의 부채 증가 속도가 모두 심상치 않다. 가계대출은 증가폭이 둔화했다고는 하나 주택담보대출(주담대) 증가세가 진정되지 않으면서 다섯달 연속 대출액이 늘었다. 향후 증가 확대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회사채 시장 부진에 ‘은행 문’을 두드리는 기업들이 증가하면서 기업대출도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이 12일 발표한 가계대출 동향 자료에 따르면, 9월 중 전 금융권 가계대출은 전월 대비 2조4000억원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4월 이후 다섯달 연속 가계대출 증가세다. 업권별로 따지면 은행권 가계대출은 4조9000억원 늘어난 반면, 제2금융권 가계대출은 총 2조5000억원 줄었다.
9월 전 금융권 가계대출은 주담대 폭증으로 가계대출이 많이 늘어났던 7월(5조3000억원)이나 8월(6조1000억원)보다는 증가폭이 축소됐지만, 이는 신용대출을 포함한 기타대출 감소세가 확대된 것에 기인한다. 9월 중 전 금융권 기타대출은 3조3000억원 줄어든 반면, 주담대는 5조7000억원 늘었다.
금융당국은 이날 이세훈 금융위 사무처장 주재로 기획재정부, 국토교통부, 한은 등 유관기관과 함께 가계부채 현황 점검회의를 열었다. 참석자들은 이 자리에서 “9월 가계부채 증가폭은 7∼8월보다 줄었지만 이는 추석 상여금에 따른 신용대출 상환, 여전사 등의 분기별 부실채권 상각 등 일시적·계절적 효과도 작용했다”며 “가계부채 증가세가 추세적으로 안정될지에 대해서는 향후 추이를 지속해서 봐가며 판단해야 한다”고 진단했다. 금융당국은 10월 중에는 가을철 이사수요, 신용대출 감소 등 기저효과로 다시 증가폭이 늘어날 수 있다며 가계대출 추이를 지속 모니터링하겠다고 밝혔다.
기업대출은 더욱 큰 폭으로 치솟고 있다. 한은 발표에 따르면 은행권 기업대출은 9월 11조3000억원 늘어나며 잔액은 1238조2000억원까지 불어났다. 전월(8조2000억원)보다 증가폭이 확대됐으며, 9월 기준으로는 2009년 통계 속보치 작성 이래 가장 큰 증가폭이다. 높은 발행금리, 신용등급 양극화 등으로 기업들이 회사채 발행보다는 기업대출을 선택하고 있다. 금감원 자료에 따르면 8월 회사채(금융채 제외) 발행은 9건, 4900억원으로 전월(31건, 2조7040억원) 대비 81.9%나 줄었다.
대기업대출은 9월에 4조9000억원 늘어 전월(2조9000억원)보다 증가폭이 확대됐다. 중소기업대출도 지난달 6조4000억원 늘어나며 전월(5조2000억원)보다 더 많이 증가했다. 윤옥자 한은 금융시장국 시장총괄팀 차장은 “중소기업 대출의 경우 은행의 대출확대 노력이 이어진 가운데 기업 추석 자금 수요, 월말 휴일에 따른 대출상환 이연 등 일시적·계절적 요인이 가세하며 증가폭이 커졌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