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들의 본능적 시각 ‘움벨트’와 반대로 간 분류학

자연에 이름 붙이기/캐럴 계숙 윤/정지인 옮김/윌북/2만2000원

 

성서 속 최초의 인류 아담이 가장 먼저 한 일은 주변의 온갖 생물에 이름을 짓는 것이었다. 먹을 수 있는 것과 없는 것을 구분하는 것처럼 자연에 이름을 붙이고 구분하는 것은 생존을 위한 행위이면서 생명을 이해하는 것이다.

20년간 뉴욕타임스 과학 칼럼니스트로 활동하고 있는 한국계 미국인 과학자인 저자는 생물 분류학의 역사를 되짚어보며 인간과 생명 세계, 진화와 과학 사이의 오래된 관계를 새로운 시각으로 들여다본다.

캐럴 계숙 윤/정지인 옮김/윌북/2만2000원

인류학자들은 전 세계에 흩어진 사람들이 이상하게도 생물을 비슷하게 분류한다는 사실을 발견한다. 이는 인간에게 내재해 있는 생물의 체계적 질서를 감지하는 방식인 ‘움벨트(Umwelt)’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과학적 분류학이 성립된 이래 2세기 동안 역사는 인간의 움벨트에 맞서 싸워온 과정이었다. 스웨덴의 칼 린나이우스가 기틀을 다진 근대적 ‘분류학’은 인간이 눈으로 보는 세계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하지만 지금은 멸종됐지만 캥거루처럼 새끼주머니가 있고 개처럼 짖는 이상한 동물인 태즈메니아주머니늑대와 같은 새로운 동물의 발견은 기존 분류체계를 뒤흔든다. 결국 분류학은 찰스 다윈의 진화론을 통과하면서 움벨트와의 결별을 시작한다. 진화적 생명 분류와 일반 사람들이 자연의 질서로 인지하는 것 사이의 충돌이 시작됐고 수리분류학이나 분자생물학적인 분류법이 등장하며 그 간극은 점점 더 벌어진다.

그리고 마침내 생명의 분류체계에서 물고기를 없애버리는 분기학까지 도달한다. 진화에 따라 생물이 갈라지는 가지를 쫓아가는 분기학에 다다르면 연어와 폐어(일정 부분 폐로 숨 쉬는 물고기)보다 폐어와 소가 더 진화적으로 가깝다. 결국 연어와 폐어는 어류라는 한 항목으로 분류될 수 없게 된 것이다. “어류가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는 분기학자들의 선언은 과학이 움벨트를 최종적으로 폐기하는 행위”라고 저자는 일갈한다.

하지만 저자는 ‘물고기의 죽음’으로 대별되는 과학으로서의 분류학이 생명 세계의 자연적 질서에 대한 우리의 본능적 시각과 정반대 입장에 서면서 생명의 존재를 놓치게 한다고 우려한다. 이는 자칫 생물다양성 위기와 여섯 번째 대멸종의 시대를 앞당길지도 모른다. “움벨트를 버린 것은 과학에게는 쾌거였지만… 우리가 잊어버린 생명의 세계는 움벨트의 심각한 왜곡 때문에 고통받고 있으니, 원래 우리가 지녔던 비전을 가능한 한 빨리 되찾는 게 좋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