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가 남긴 유일한 유산, 공공의료 붕괴”… 서울대병원 파업 지속

“코로나19가 남긴 유일한 긍정적 유산이 공공의료의 중요성을 깨닫게 된 것인데, 이것을 못 챙기는 상황이 너무 화가 납니다”

 

서울대병원 파업을 지지하는 시민사회단체들이 13일 서울대병원 시계탑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병원 인력을 충원하라는 것이 핵심 요구사항이었다. 인하대 의과대학에서 의료윤리를 가르치고 있는 최규진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사무처장은 “지역의 공공병원은 말 그대로 붕괴 직전”인 반면 “의사의 몸값이 천정부지로 올라가며 진료는 상업적으로 변질되고 결국 병원 노동자와 환자들만 죽어나는 상황이 됐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13일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에 민주노총 의료연대본부의 파업 관련 현수막이 붙어 있다. 연합뉴스

전진한 보건의료단체연합 정책국장은 서울대병원 파업을 두고 ‘환자 불편’만 강조하는 언론을 비판했다. 전 정책국장은 “노동자들을 파업으로 내몬 것이 누구냐”며 “병원에 인력이 없어 2년 안에 절반 넘는 의료진이 살인적인 노동 조건으로 병원을 떠난다”고 꼬집었다. 이어 “지방의료원 노동자들은 임금체불 위기”라며 병원 노동자의 처우 개선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서울대병원 노동조합의 파업 사흘을 넘겼다. 공공운수노조 의료연대본부 서울대병원 분회는 지난 11일부터 무기한 파업에 돌입해 현재도 병원과 협상을 벌이고 있는 가운데, 병원 안팎에서는 파업 장기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노조 측은 의료 공공성을 높이고, 의사만이 아닌 의료 인력 전반의 처우를 개선하고 인원을 확충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노조는 과잉 진료를 유발할 수 있는 직무 성과급제 폐지, 공공의료 수당 신설, 어린이병원 병상수 축소 금지 등 의료 공공성 강화와 인력 충원, 실질임금 인상 및 노동조건 향상 등을 요구하고 있다. 무상의료운동본부, 좋은 공공병원운동본부, 건강세상네트워크 등이 참여하는 ‘의료민영화 저지와 무상의료 실현을 위한 운동본부’는 이날 서울대병원 노조의 파업을 지지하는 입장을 내기도 했다.

 

노조는 응급실, 중환자실, 분만실, 신생아실 등 환자의 생명과 직결되는 업무를 수행하는 필수 인력을 제외한 채 매일 1000명가량이 돌아가면서 파업에 참여하고 있다. 이 병원 노조 조합원은 약 3800명이다. 병원은 파업으로 인한 업무 공백을 해소하고 진료 차질을 막기 위해 행정 직원을 투입하며 대응해 왔다. 파업으로 인해 외래 진료나 수술 일정이 바뀌는 일은 보고되지 않고 있으나, 파업이 지속할 경우 환자 불편은 불가피하다는 전망도 나온다.

 

노조와 병원 모두 파업 종료 시점은 협상 상황에 따라 달렸다면서 한 치 앞을 예측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다만 양측이 극적 합의에 이를 가능성을 배제하지는 않고 있다. 노조 관계자는 “주말 등 향후 파업 상황에 대해 말하기는 어렵다”면서도 “교섭이 계속 진행 중”이라고 전했다. 병원 관계자도 “계속해서 노조와 대화를 나누는 것으로 안다”면서 조심스럽게 타결 가능성을 열어뒀다.

 

병원은 이번 주말에도 파업이 이어질 경우 유연한 인력 운용 등을 통해 병동에 입원 중인 환자들이 불편을 겪지 않도록 조치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