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쪽같이 사라졌던 ‘도로시의 빨간 구두’가 18년 만에 돌아왔다.
이 구두는 1939년 개봉 영화 ‘오즈의 마법사’(The Wizard of OZ)에서 주인공 도로시 역을 맡은 여배우 주디 갈랜드(1922~1969)가 신은 반짝이는 빨간색 구두다.
13일(현지시간) 미국 연방 검찰에 따르면, 미네소타주 그랜드 래피즈에 사는 테리 존 마틴(76)은 문화유산으로 인정받는 주요 예술품을 훔친 혐의로 지난 5월 체포 기소된 뒤 13일 유죄를 인정했다.
이날 검찰은 “마틴이 2005년 주디 갈랜드의 고향인 미네소타주 그랜드 래피즈의 ‘주디 갈랜드 박물관’에 전시됐던 ‘도로시의 루비 구두’ 진품 한 켤레를 훔친 사실을 확인했다”며 “구두는 FBI 예술품 범죄 전담팀(ACT)이 기습 작전을 통해 구두를 회수해 관리되고 있다”고 밝혔다.
체포 경위 등 자세한 수사 내용은 공개하지 않았으며 마틴의 선거 공판일은 아직이다.
도로시의 빨간구두는 할리우드 아역 배우 출신의 소품 수집가 마이클 쇼(87)가 1970년대에 매입해 소장하다가 2005년 8월 ‘주디 갈랜드 박물관’이 대여해 전시를 한 직후 사라졌다.
도난 당시 구두는 100만 달러(약 13억5000만원) 보상 보험에 가입돼있긴 했으나 현재 공정시장 가치는 350만 달러(약 47억원)다.
박물관 측은 “누군가 창문으로 들어와 유리 진열장을 깨고 구두를 꺼내 달아났다”고 알렸다. 그러나 전시장 폐쇄회로(CC)TV에 범인이 잡히지 않은 데다 지문도 남지 않아 구두를 대여한 마이클 쇼가 보험금을 타기 위해 벌인 자작극이라는 소문도 돌았다.
도난 미스터리를 풀기 위해 수많은 현상금이 제시됐다. 2015년에는 애리조나주의 한 기부자가 100만 달러를 현상금으로 내걸기도 했다.
그러다 2017년 한 남성이 보험사를 찾아가 “마이클 쇼에게 지불된 100만 달러 보험금을 되찾도록 도와줄 수 있다”고 제안한 후 수사에 동력이 생겼다. 이후 2018년 7월 연방수사국(FBI)과 그랜드 래피즈 경찰이 구두를 회수했다.
이 구두는 주디 갈랜드가 도로시 역을 연기하며 신었던 루비 구두 가운데 단 네 켤레만 남은 진품 중 하나로 미국 영화사에서 가장 유명한 소품 중 하나라는 평을 듣는다는 게 검찰의 설명이다.
AP통신에 의하면 나머지 세 켤레 가운데 두 켤레는 스미스소니언 미국 역사박물관(SNMAH)과 아카데미상을 주관하는 ‘영화 예술 과학 아카데미’(AMPAS) 본부 건물에 각각 전시돼있고 한 켤레는 개인 수집가가 소장하고 있다.
영화에서 주인공 도로시는 토네이도에 날려 마법의 나라로 가서 온갖 모험을 겪지만, 뒷굽을 세 번 맞부딪히면 어디든 데려다주는 루비 구두 덕분에 무사히 집으로 돌아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