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통한 광경이었다. 신작로의 양옆 길가로 한편에는 부모들이, 맞은편에는 어린 자식들이 서 있었다. 서로 가까이 다가가지도 잡아보지도 못하고 바라보기만 했다. 한센병 부모들은 출산하면 “보육소에 아이들을 맡긴 후 이렇게 멀리 떨어져 눈으로 혈육을 만나야 했다.” “바람이라도 부는 날에는 병균이 옮아갈까 봐 두려워 아이들은 언제나 바람을 등지는 쪽에 세웠다.” 작년 전라남도 고흥군 도양읍에 자리한 ‘마리안느와 마가렛 기념관’에서 알게 된 애절한 사연이었다. 마리안느와 마가렛은 일제강점기부터 사회와 심지어 가족에게서도 버림받은 한센인을 보살핀 간호사였다. ‘문둥이’라는 손가락질과 박해에 시달리며, 공동체에서 추방된 사람을 치료하고 재활을 도운 두 분의 삶을 보여주는 기념관의 사진과 스토리는 숙연했다.
폴란드 출생 마가렛과 오스트리아 출생의 마리안느는 오스트리아 인스브루크 간호학교에 입학하면서 만났고, 3년간 기숙학교에서 생활했다. 두 간호사는 1962년 2월24일부터 당시 한센인 6000명이 집단 수용되어 거주하던 소록도에서 병자들을 돌보기 시작했다. 6·25 전쟁으로 인해 폐허가 된 대한민국은 체계적인 치료와 복지는 물론이고 최소한의 의식주도 제공하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매일 새벽 5시부터 굶주린 환자를 위해 따뜻한 우유를 만들고, 치료 약을 투약하고, 음식을 냄비에 담아다 줬다. 마구간 같은 열악한 환경에서 사는 한센인을 도우려고 오스트리아 교회와 부인회에서 모금 운동을 벌여 정신병동, 결핵 병동, 맹인 병동, 소아병원, 오물 소각장, 목욕탕 등 필요시설을 신축하고 개축했다. 한센인들은 두 간호사를 ‘어머니’ ‘소록도 천사’ ‘할매’라고 부르며 닫혔던 마음을 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