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2025학년도부터 의대 정원을 파격적으로 확대하는 방안을 이달 중 발표할 것으로 전해진다. 보건복지부가 최근 의대 정원 확대 방안을 윤석열 대통령에게 보고했고, 대통령실도 정원 확대가 윤정부 국정과제 중 하나로 임기 내 추진, 현실화하겠다는 방침을 정했다고 한다. 2006년 이후 3058명으로 묶여 있는 정원이 19년 만에 느는 것인데 만시지탄이다.
의사 부족은 심각하다. 복지부에 따르면 2020년 우리나라 의대 졸업자는 인구 10만명당 7.2명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13.6명)의 절반에 불과하다. 인구 1000명당 임상 의사 수(한의사 포함)도 2021년 기준 2.6명으로 OECD 최하위권이다. 내년부터 의대 정원을 1000명씩 늘려도 2035년 인구 1000명당 의사 수가 2.88명으로 같은 해 OECD 평균(4.5명)의 64%에 그친다. 필수·지방 의료는 붕괴한 지 오래다. 소아청소년과와 외과, 응급의학과는 전문의를 구하지 못해 문을 닫는 곳이 속출한다. 응급환자가 구급차를 타고 ‘응급실 뺑뺑이’를 돌다가 숨지고 소아청소년과 진료를 받기 위해 밤새 줄을 서는 일이 허다하다. 의료인력 확충은 이제 당위의 문제이지 선택이 아니다.
문제는 의사단체들의 고질적인 반대다. 문재인정부도 2022학년도부터 10년간 매년 400명씩 늘리는 방안을 추진했지만 의료계 반발과 코로나19 여파로 무산됐다. 이번에도 대한의사협회는 “정부가 극단적 결정을 하면 대응도 극단적일 것”이라며 강경 투쟁을 예고했다. 도대체 언제까지 독점적 지위와 기득권을 지키려는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정원 확대가 필수·지방의료 붕괴를 막을 수 있는 필요조건인 건 자명하다. 최근 여론조사에서도 국민 두 명 중 1명 이상이 최소 300명 이상 늘려야 한다고 답했고, 1000명 이상도 24%에 달했다.
의대 정원을 확대하더라도 의사부족문제를 해결하기까지 최소 10년 이상 걸린다. 필수·응급의료를 기피하는 대신 대도시 인기 진료과로 쏠리는 현상은 의대 증원만으로 해결할 수 없다. 낮은 건강보험 수가, 의료분쟁 압박 및 배상금 등 현실적인 문제를 풀지 않는 한 필수의료 부족은 타개할 수 없다는 의사들의 주장에도 일리가 있다. 정부는 의료현장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 늘어난 인력이 필요한 곳에 제대로 배치될 수 있도록 정교한 대책을 짜야 한다. 의사단체들도 직역이기주의를 접고 대승적 차원에서 정원 확대를 수용하는 게 옳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