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북·러 무기 거래 현장 포착, ‘다층 제재’ 강도 높여야

북한이 지난달 컨테이너 1000개 분량의 군사장비와 탄약을 러시아에 보냈고, 러시아도 북한에 물자를 지원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미국 정부가 밝혔다. 미국의소리(VOA) 방송도 미 정부가 북·러 무기 거래 현장으로 지목한 나진항에서 지속적인 컨테이너 운송 정황이 포착됐다고 보도했다. 북·러 회담 때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국제법 틀 안에서 북·러 관계 발전의 기회를 모색할 것”이라며 무기 거래 의혹을 한사코 부인했다. 하지만 이제 그 말을 믿을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미국 정부가 증거로 제시한 3장의 위성사진에는 9월7∼8일 나진항 부두에 컨테이너가 쌓인 모습, 같은 달 12일 러시아 선박 앙가라(Angara)호가 두나이항에 정박한 모습, 그리고 10월1일 컨테이너를 실은 열차가 러시아 티호레츠크의 탄약고에 도착한 모습이 담겼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푸틴 대통령과 회담(9월13일)을 위해 러시아로 출발하기 전(9월10일)에 무기 지원 결정과 준비를 끝냈다는 걸 보여 준다. 러시아가 반대하면 유엔 차원의 대북 제재가 불가능한 현실을 알고 도모했을 것이다.



미국 발표가 사실이라면 이는 북한의 모든 무기와 관련 물자 수출을 금지하고, 모든 국가가 자국 선박을 사용해 북한으로부터 무기와 관련 물자를 조달받는 것을 금지한 안전보장이사회 결의 1874호 위반에 해당한다. 미국은 북·러 무기 거래 지원과 관련해 추가 대북제재를 예고했다. 하지만 러시아와 중국의 거부권 행사로 안보리 차원의 대북 추가 제재는 쉽지 않다. 추가적인 ‘악마의 거래’를 막으려면 이전과는 다른 대북 제재가 절실하다. 한·미·일 공조 및 독자 차원에서의 ‘다층 제재’ 강도를 높여야 하는 이유다. 오늘과 내일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서 열리는 한·미·일 북핵수석대표 협의에서 3자 공조의 획기적 방안이 마련되길 기대한다.

최근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 전쟁에서는 전차·벙커 제압용 북한제 F-7 로켓발사기(RPG)로 보이는 무기가 등장해 논란이 일었다. 하마스는 인구가 밀집한 가자지구를 장악한 이래 수년간 비밀 터널을 이용해 무기와 지휘 시설, 전투기 등을 은닉해왔다. 35m 깊이의 이 터널도 북한이 기술을 제공한 것이라는 분석이 흘러나온다. 북한제 무기와 군사 기술이 무고한 양민을 학살하는 데 쓰이고 있다는 점을 부각시켜 국제사회의 비난 여론을 이끌어내는 작업도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