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정치가 여야의 도 넘은 막말과 비방전에 물들고 있다. 21대 국회는 아직 임기가 6개월여 남았지만 역대 국회 중 폭언, 인격 모독성 발언, 모욕, 비난 등을 이유로 제출된 징계안 건수는 가장 많았다. 한국 정치의 양극화가 심해지면서 상대 진영을 향한 정치인들의 극언이 일상이 됐고, 거친 언어가 또다시 한국 사회를 둘로 가르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15일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1987년 민주화 이후인 13대 국회부터 이날까지 모욕·욕설·인신공격·명예훼손 등을 이유로 제출된 국회의원 징계안 수는 총 128건으로 전체(288건)의 44.4%에 달했다. 구체적으로는 △13대 2건 △14대 2건 △15대 12건 △16대 10건 △17대 16건 △18대 15건 △19대 23건 △20대 21건 △21대 27건으로 증가 추세다.
27건 중 더불어민주당 소속 의원에 대한 징계안이 18건(장경태 3회·윤호중 2회·김용민·홍익표·주철현·김교흥·노웅래·김의겸·권칠승·윤영찬·이재명·임종성·김한규·설훈·박영순), 국민의힘은 9건(태영호 2회·조수진·배현진·권성동·정진석·윤창현·신원식·김기현)이었다. 부적절한 발언이 모두 징계안 제출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실제 사례는 더 많다. 지난 5일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당시 후보자의 인사청문회에서는 민주당 김윤덕 의원이 “지× 염×”이라는 욕설을 했다.
전문가들은 정치인의 거친 말이 정치 양극화를 심화한다고 평가했다. 김관옥 계명대 교수(정치외교학)는 “극단화된 정치 문화 속 악순환의 결과”라면서 “정치 지도자들이 협치에 대한 의지가 없고, 싸우는 거로 정치적 이득을 보려 하면서 갈등이 생기고 지지자들도 그걸 따라간다”고 했다. 정치인이 지지자를 양극으로 몰고, 극단에 선 지지자들의 표를 받기 위해 정치인이 더 극한 발언을 하게 된다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도 국회 내부의 자정 작용은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다. 128건의 징계안 중 본회의를 통과한 건 2011년 18대 국회의 강용석 전 의원 1건(30일 국회 출석 정지 처분)에 불과했다. 21대 국회 윤리특별위원회가 관련 징계안 심사에 착수한 사례는 0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