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정상화 적임자로 박민 낙점…"언론 전문가" vs "밀실 인사"

KBS 이사회가 신임 사장 후보자로 박민 전 문화일보 논설위원을 임명 제청한 것을 두고 정치권에서 엇갈린 반응을 보였다. 정부와 여당을 중심으론 “KBS 정상화에 나설 적임자”라는 주장이, 전국언론노동조합 등 시민사회단체에선 ‘부적격 낙하산 인사’라며 사퇴를 촉구하는 강한 비판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KBS 이사회가 제26대 사장으로 임명 제청한 박민 전 문화일보 논설위원. KBS 제공

16일 언론계에 따르면 KBS 이사회는 박 후보를 제26대 사장으로 임명 제청했다. 이사회가 KBS 사장 임명을 제청하는 공문을 인사혁신처로 송부하면 국회 인사청문회를 거쳐 대통령이 임명하게 된다.

 

이사회 직후 박 후보는 입장문을 내고 지난 4일 이사회에서 진행한 사장 후보 면접에서 “공영방송인 KBS가 사회의 주요 의제에 정확하고 균형 잡힌 정보와 지식을 제공함으로써 건전한 공론장 역할을 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고 말했다. 이어 “KBS가 국민의 신뢰를 상실해 TV 수신료 분리 징수, 2TV 재허가 등 여러 위기에 직면한 만큼 이른 시일 안에 철저히 혁신해 국민의 기대에 부응하는 진정한 공영방송으로 거듭나겠다고 다짐한 바 있다”며 “사장에 공식 취임하면 혁신 방안을 국민에 소상히 밝히겠다”고 덧붙였다.

 

우선 박 후보의 임명제청 소식을 들은 여야의 반응은 극명하게 갈린다. 국민의힘은 즉각 논평을 내고 “공영방송 KBS의 정상화를 위해 조속한 신임 사장 선출이 필요했기에, KBS는 임시 이사회에서 표결을 거쳐 오늘 사장 후보를 결정하게 된 것”이라며 “지금 KBS는 시급히 정상화를 통해 국민적 신뢰를 되찾아야 하는 중대한 기로에 서있다”고 말했다. 박 후보자에 대해선 “문화일보 기자로 30년이 넘는 기간 동안 언론 현장에서 다양한 경험을 쌓았으며 다변화된 언론 환경에 맞춰 KBS를 혁신해 갈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KBS 이사회가 박민 전 문화일보 논설위원을 제26대 사장으로 임명 제청한 지난 13일 KBS 본관 앞에서 야권 성향으로 분류되는 이사들이 최종 후보를 당초 예정했던 지난 4일 정하지 않아 공모 절차가 무효라고 주장하고 있다. 왼쪽부터 정재권, 류일형, 이상요, 김찬태 이사. 연합뉴스

반면 더불어민주당은 “KBS 역사상 최악의 파행을 거듭하던 사장 공모에서 예상대로 박 논설위원이 최종 후보자가 됐다”며 “극우 인사까지 끌어와 채운 KBS 이사회의 비호 속에서 밀실에서 졸속으로 처리하는 작태에 기가 막힌다”고 비판했다. 강선우 민주당 대변인은 “박 후보자는 방송 경력이 전무하다”면서 “윤석열 대통령과의 오랜 관계, 막역한 사이라는 것을 빼고 내세울 것이 아무것도 없다”고 꼬집었다. 이어 “수신료 분리고지, 김의철 전 사장 해임에 이어 박민 사장 후보자까지 공영방송 KBS를 집어삼키고야 말겠다는 윤석열 정권의 속내는 정말 노골적”이라고 강조했다.

 

전국언론노동조합은 13일 성명을 내고 “초등학교 반장 선거도 이렇게는 하지 않는다“며 박 후보의 임명제청 과정을 비판했다. KBS이사회에서 당초 결선투표제를 하기로 했지만 지난 4일 서기석 이사장이 후보 3명에 대한 1차 투표 후 결선투표를 중단시키고, 결선투표 대상 2명 중 최재훈 후보(KBS부산방송총국 기자) 사퇴로 박민 후보만을 놓고 표결했다. 이를 두고 여권 표가 분산될 것을 우려해 결선투표를 중단시킨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선임 논의 도중 여권 이사가 사퇴해 과반 의결이 어려워지자 투표를 보류한 다음 급작스럽게 보궐 이사로 임명된 이동욱 전 월간조선 기자가 임명 이틀 만에 표결에 참여하기도 했다.

 

박 후보는 1991년 문화일보 기자로 입사해 사회부장과 정치부장, 편집국장을 거쳤다. 서울대 정치학과를 졸업했으며 2019∼2022년 제8대 법조언론인클럽 회장을 지냈고, 서울대 출신 언론인 모임인 관악언론인회의 제12대 회장을 맡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