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아닌 불소 토양오염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 정부가 토양 내 불소 정화 규제 완화를 추진하면서다. 지난달 국무조정실 규제심판부는 현행 토양 내 불소 기준이 기업·국민에 큰 부담이 되고 있다며 규제 완화를 환경부에 권고했다. ‘치약보다 엄격한 불소 정화 기준’을 낮추라는 게 골자다. 주무 부처인 환경부는 규제심판부 권고를 수용해 새로운 기준안을 마련할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불소 규제 완화로 인한 토양 오염 우려도 거세다. 토양 속 불소는 일반적으로 알고 있는 ‘불소 치약’과는 달리 위험하다는 주장이다. 규제심판부가 불소 규제 완화의 근거로 내놓은 해외 사례 등도 논란거리다. 우리나라의 현행 제도와 비슷하거나 더 강한 규제를 유지하는 국가들은 제외한 채 규제 수준이 낮은 국가 사례만 포함시켰다는 지적도 나온다. 불소가 독성을 가진 위험물질인 점을 고려해 국민 안전을 최우선으로 하는 제도가 마련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정부 “불소 정화 비용 과다” 개선 추진
16일 정부와 관련 단체 등에 따르면 환경부는 ‘토양 내 불소 기준을 합리적으로 개선해야 한다’는 규제심판부의 권고를 수용해 후속 조치에 나선 상태다.
◆토양 오염 우려 확산… “사회적 합의 마련돼야”
반면 일부 학계와 환경단체 등에서는 정부가 건설업계의 입장만 대변하고 있다고 비판하고 있다. 올해 초 한양대학교 산학협력단이 발표한 ‘국내외 사례 심층 분석을 통한 불소 토양 기준 적정성 평가’ 보고서에 따르면 불소 오염 방지 및 정화를 위한 규제가 필수적이라는 판단이다.
보고서는 “불소에 의한 토양 오염 방지 및 정화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지하수와 농작로로 전이되는 불소 농도가 증가할 것”이라며 “과도한 불소가 포함된 지하수를 생활용수로 사용하거나 불소가 다량 포함된 토양에서 재배된 농산물을 섭취할 경우 건강상 심각한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불소는 특히 물에 잘 녹는 성질이 있어 지하수 오염으로 이어질 수 있다. 이는 음용수와 관개수를 오염시켜 농작물 섭취 시 뼈·치아·신경계·생식기·면역계·간·신장·폐·위장 등에 손상을 끼친다. 치약 성분으로 알려진 불소와 토양 내 불소는 매질 용해 정도가 달라 비교 대상이 아니라는 설명이다.
또 규제심판부 자료와 달리 우리나라 불소 정화 기준이 과도하지 않다는 주장도 있다. 정부는 규제 완화를 권고하며 미국(3100㎎/㎏·주거지역 기준), 일본(4000㎎/㎏), 오스트리아(1000㎎/㎏) 등과 비교해 우리나라 기준(400㎎/㎏)이 두 배 넘게 높다고 밝혔다. 하지만 캐나다(200㎎/㎏·농지), 독일(100㎎/㎏·민감토지이용 지역), 미국 플로리다(840㎎/㎏·주택용지) 등에서는 우리와 비슷하거나 높은 기준을 적용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 때문에 정부가 지나치게 서둘러 기준 완화를 추진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도 나온다. 불소 기준 완화의 필요성과 규제 유지 목소리가 상존하는 만큼 충분한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이재영 서울시립대 환경공학과 교수는 “불소는 비교적 안정성이 있는 물질이어서 국가마다 상황에 따라 기준을 달리하고 있는 게 사실”이라면서도 “(기준을 정하기 전) 전문가적 공감대와 사회적 공감대가 선행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