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를 ‘검사 사칭 사건’의 위증교사 혐의로 또다시 재판에 넘겼다. ‘백현동 개발 특혜’ 의혹으로 기소한 지 나흘 만이다. 현재 수사가 진행 중인 ‘쌍방울그룹 불법 대북송금’ 혐의로 추가 기소할 경우 이 대표는 최소 4개, 최대 5개의 재판에 수시로 출석해야 하는 부담을 안게 된다.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3부(부장검사 김용식)는 16일 이 대표를 위증교사 혐의로 불구속기소했다. 고(故) 김병량 전 성남시장 수행비서 출신 김모씨도 위증 혐의로 함께 재판에 넘겨졌다.
이 대표는 김씨에게 수차례 전화해 자신의 검사 사칭 사건 관련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 공표 혐의 재판에서 위증해달라고 요구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에 따르면 이 대표는 2018년 12월 22~24일 김씨에게 여러 차례 전화해 ‘김 전 시장과 KBS가 자신을 주범으로 몰기로 협의했다’는 취지의 일방적인 주장을 설명한 것으로 조사됐다. 김씨는 이 대표가 요청한 대로 2019년 2월 재판에서 허위로 증언했고, 이 대표는 이듬해 10월 대법원에서 무죄를 확정받았다.
법조계에서는 이 같은 분리 기소에 대해 검찰이 핵심 혐의인 백현동 의혹을 앞세워 이 대표에 대한 ‘권력형 지역 토착 비리’ 프레임을 강화하는 동시에, 위증교사 혐의에 대해선 신속하게 법원 판결을 받아내 이 대표에 대한 수사 정당성을 확보하려는 의도라고 보고 있다. 위증교사 사건은 백현동 특혜, 불법 대북송금 사건 등과 비교해 상대적으로 범죄 혐의와 구조가 단순한 데다 영장심사 당시 법원이 유일하게 “혐의가 소명되는 것으로 보인다”고 판단한 부분이다.
구속영장에 함께 포함됐던 불법 대북송금 사건은 수원지검으로 이송됐다. 현재 수원지검이 수사를 진행하고 있는 ‘쌍방울 쪼개기 후원’, 사법방해 의혹 등과 합쳐 기소될 것으로 전망된다.
윤석열정부 들어 이 대표가 기소된 것은 이번이 네 번째다. 대북송금 의혹으로 추가 기소될 경우 이 대표는 최소 4개 재판을 동시에 소화해야 한다. 백현동 관련 혐의가 대장동 의혹 재판과 병합되지 않는다면 5개까지 늘어날 수도 있다.
민주당 권칠승 수석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수사의 정당성이 없으니 쪼개기 기소로 어떻게든 무죄만은 막아보려고 법원에 떼를 쓰는 정치검찰의 비겁한 행태가 안쓰럽기까지 하다”고 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