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이 어제 임명직 당직자 후임 인선을 단행해 ‘김기현 2기 체제’의 닻을 올렸다. 김 대표는 이번 당직 인선의 원칙으로 통합형 인사 발탁, 수도권·충청 출신 전진 배치를 내세웠다. 인선 내용을 얼핏 보면 비영남 출신의 비중이 늘어나고 친윤(친윤석열) 색채가 옅어진 것 같다. 그러나 총선의 공천 실무를 총괄하는 사무총장에 대구·경북(TK) 출신의 이만희 의원(경북 영천·청도)을 기용했다. 이 의원은 지난 대선 당시 윤 후보 캠프에서 수행단장을 지낸 친윤이기도 하다. 지도부의 쇄신 의지에 의문을 품게 하는 대목이다. 이로써 국민의힘은 김 대표(울산 남구을), 윤재옥 원내대표(대구 달서구을) 등 3대 요직을 모두 영남 지역구 출신이 맡게 됐다. ‘눈 가리고 아웅’식의 인사를 통해 ‘도로 영남당’이 된 것이다.
가뜩이나 김 대표 체제를 유지하기로 해 ‘찔끔 쇄신’이라는 비판을 받는 마당에 이마저도 민심과 괴리됐다는 비판이 나온다. 수도권 출신의 유의동 의원(경기 평택을)에게 맡긴 정책위의장은 원래부터 비주류 인사에게 배려하는 경우가 많아, 사실상 구색 갖추기에 불과하다. 비영남권 출신 인사 주요 당직이 사무총장(이철규, 강원 동해·태백·삼척·정선)에서 유 정책위의장으로 바뀌었지만, 사무총장과 정책위의장이라는 당직의 비중을 고려하면 ‘영남 탈피’ 원칙은 후퇴한 셈이다. 이런 인사가 국민에게 무슨 감동을 주겠는가.
여당이 대통령실의 ‘여의도 출장소’라는 비난을 받는 현실과 관련해 김 대표는 대통령실과의 관계 재정립도 약속했다. 김 대표는 ‘할 말은 하는 당이 되겠다’는 의지를 피력했다. 하지만 이 역시 제대로 실천될지 의문시된다. ‘김기현 2기’ 구성, 임명직 당직자 사퇴 등 ‘찔끔 쇄신’에 모두 윤 대통령의 의중이 반영된 것으로 알려졌다. 대통령실은 선거 참패 후 ‘비대위 체제는 해답이 아니다’라는 메시지를 일관되게 발신해 왔다. 당 쇄신 방안마저도 대통령실 눈치를 보는데, 어떻게 수직적 관계의 재정립이 이뤄질지 회의적이다.
어제 발표된 리얼미터 여론조사에서 윤 대통령 지지율은 34%를 기록했다. 이는 리얼미터 조사에서 5개월 만에 35% 아래로 내려온 것이다. 국민의힘 지지율은 32.0%로 윤 정부 들어 최저치를 기록했다. 반면 더불어민주당은 50.7%를 기록했다. ‘이번 위기만 넘겨 보자’는 식의 미봉책만 내놓은 국민의힘에 대한 국민 여론은 점점 더 싸늘해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