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세 두배 가격 판매자에 “용팔이”…모욕죄 무죄 왜? [법조 인앤아웃]

시중보다 비싼 가격을 제시한 컴퓨터 부품 판매자에게 ‘용팔이’라고 한 20대 남성이 대법원에서 무죄를 확정받았다. 법원은 용팔이란 단어가 ‘모욕적 표현’에 해당한다면서도 글을 게시한 경위 등을 봤을 때 판매자의 행태에 대한 비판 의견을 압축해 표현한 것으로 볼 수 있어 ‘정당방위‘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17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2부(주심 권영준 대법관)는 모욕죄로 기소된 A씨에게 무죄를 선고한 원심 판결을 최근 확정했다. 

서울 서초구 대법원의 모습. 연합뉴스

대법원은 “원심은 이 사건 공소사실에 대해 정당행위로서 범죄로 되지 않는 때에 해당한다고 보아, 이를 유죄로 판단한 1심 판결을 파기하고 무죄를 선고했다“면서 “원심의 판단에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해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거나 정당행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고 밝혔다.

 

A씨는 2021년 2월 인터넷 쇼핑몰에서 최신 버전의 컴퓨터 메인보드를 40만원에 판매한다는 게시글을 본 뒤 ‘묻고 답하기’란에 판매자인 B씨를 향해 ‘용팔이’라는 내용의 글을 올렸다. 용팔이는 과거 ‘용산전자상가에 있는 악질 전자기기 판매업자’를 뜻하는 말로 폭리행위 등을 일삼는 전자기기 판매자를 비판할 때 쓰이는 온라인 은어다. A씨는 “B씨가 해당 제품이 품절인 것을 이용해 폭리를 취하려 한다는 생각에 이같이 표현했다”고 항변했지만 결국 모욕죄로 재판에 넘겨졌다.  

 

모욕이란 사실을 적시하지 않거나 사람의 사회적 평가를 저하시킬 만한 추상적 판단이나 경멸적 감정을 표현하는 것을 말한다. A씨를 모욕죄로 처벌할 수 있을지를 두고 1, 2심 판단은 엇갈렸다.

 

1심 재판부는 A씨가 B씨의 행위를 비판하기 위한 정상적인 표현을 전혀 쓰지 않은 채 오로지 경멸적 용어만 사용했다며 벌금 50만원을 선고했다. A씨는 “모욕하려는 의도가 없었다”며 1심 판결에 불복해 항소했다.

 

2심 재판부 역시 용팔이란 단어는 모욕적 표현에 해당하며 모욕의 고의 역시 충분히 인정된다고 봤다. 그러나 A씨의 글은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않는 정당행위로서 형법 20조에 의해 위법성이 조각된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A씨의 글에 일부 모욕적 표현이 포함됐더라도 그 내용이 객관적으로 타당성이 있는 사정에 기초해 자신의 의견을 강조하거나 압축해 표현한 것이며, 그 표현도 주로 피해자의 행위에 대한 것으로서 지나치게 악의적이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2심 재판부는 “이 사건 게시글은 품절 상태로 즉시 판매하는 것이 불가능한 상품의 판매 게시글을 올리면서 통상적인 판매가보다 매우 높은 가격을 정해 폭리를 취하려는 피해자의 의도를 비판하는 내용”이라며 “어느 정도 객관적으로 타당성 있는 사정에 기초한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이어 “A씨의 게시글은 B씨를 같은 의도로 비판한 다수의 다른 게시글과 같은 견지에서 B씨의 행태를 비판하는 의견을 압축해 표현한 것이라고 평가할 수 있다”고 밝혔다. 

 

또 게시 횟수가 1차례인 점, 용팔이라는 단어 외에 욕설이나 비방의 내용이 없다는 점에서 그 표현이 지나치게 악의적이라고 볼 수 없다고 덧붙였다. 대법원은 이 같은 2심 판단이 옳다고 보고 그대로 확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