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약속부터 애정표현까지, 의원님들 문자 천태만상
17일 정치권에 따르면 전날 오전 국민의힘 최고위원회의에서 조 최고위원은 당 사무총장과 정책위의장, 지명직 최고위원 등 주요 당직자 임명안을 김 부원장에게 보냈다. 이에 김 부원장은 “황당하네 김기현 대표 쫓겨나겠네”라고 반응했다.
이날 발표된 인선은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패배에 대한 책임을 지고 임명직 당직자 전원이 사퇴한 데 따른 후임 인선이었다. 당 일각에서 임명직 당직자만 사퇴하고 김기현 체제는 유지하기로 한 데 대한 불만도 나오는 가운데, 설상가상으로 조 최고위원과 김 부원장이 나눈 카카오톡 메시지가 포착되면서 혼란스러운 분위기가 노출된 것이다.
국민의힘 지도부는 당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했다. 김병민 최고위원은 한 방송에 출연해 “(문자 메시지가)외부로 저렇게 밝혀지게 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며 “최고위원회의 시간에 그 이전에 한참 나눴던 대화들을 휴대전화로 (주고받은 게) 잘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여야 의원들이 이처럼 문자로 인해 곤혹을 치른 것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지난해 7월엔 ‘당무 불개입‘을 밝혔던 윤석열 대통령이 권성동 당시 국민의힘 원내대표에게 보냈던 “내부 총질이나 하던 당대표”라는 문자가 큰 파장으로 이어졌다. 이튿날 기동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법사위에서 “항상 뒤 조심하시라”고 말하기도 했다.
또 지난해 10월 국정감사에선 정운천 국민의힘 의원이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회의실에서 열린 국정감사에서 이창양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업무 현황을 보고하던 중 골프 약속을 잡는 모습이 카메라에 포착됐다. 이날은 윤석열 정부의 첫 국감이 열린 첫날이었다. 국감회의가 시작된 후여서 국정감사 시간에 전념하지 못한 모습으로 비쳐져 비난을 받았다.
국회 본의장에서 애틋한 애정 문자가 포착되면서 불륜 논란으로 번졌던 사건도 있다. 2013년 11월 25일 정호준 더불어민주당 전 의원은 한 여성에게 “사랑은 어떻게든 안 헤어지려 하고, 자꾸 보고 싶은 거지. 자꾸 자존심 세우고 헤어지려고 하는 것은 아닌 것 같다”며 “여보 사랑해”라는 문자를 남겼다.
정 의원은 “아는 여동생”이라며 “친분 있는 오빠로서, 동생이 자신의 남자친구와 애정관계에 대한 고민을 듣고 충고하는 내용”이라고 해명했다. 정 의원은 정대철 전 의원 아들로, 서울 중구 지역구를 물려받으며 탄탄대로를 걷는 듯했다. 하지만 이 논란에 더해 음주운전 이력까지 문젯거리가 되면서 20대 총선 민주당에서 컷오프됐다.
◆이재명 비서관 “전쟁입니다”...언플위해 고의로 노출?
때로는 정치인들이 의도적인 노출을 했다는 의심이 제기되기도 했다. 언론사 카메라에 노출된 상황에서 정치적인 목적을 갖고 의원들이 ‘언론플레이’를 한 것 아니냐는 것이다. 검찰로부터 소환 통보를 받은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보좌관으로부터 받은 ‘전쟁입니다’라는 문자가 노출된 바 있는데, 이를 두고 지지층을 겨냥한 메시지일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이는 의원실에 검찰의 이 대표 소환조사 통보가 왔다는 내용으로, 발신인은 이 대표의 최측근인 김현지 보좌관(전 경기도 비서관)이었다. 김 보좌관은 텔레그램 메시지에서 “백현동 허위사실공표, 대장동 개발관련 허위사실공표, 김문기 모른다 한 거 관련 의원님 출석요구서가 방금 왔습니다. 전쟁입니다”라고 적었다.
문자에서 거론된 김문기씨는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개발사업1처장으로, 대장동 의혹에 연루됐던 인물이다. 그는 지난 대선을 앞두고 극단적 선택을 했다.
2016년 11월 11일엔 이정현 당시 새누리당 대표와 박지원 당시 국민의당 비상대책위원장이 주고받은 문자가 언론에 포착되면서 논란이 됐다. 이 전 대표는 박 전 위원장에게 “비서 소리 이제 그만하시죠. 아무리 아래지만 공당의 장수인데 견디기가 힘들어집니다. 장관님 정현이가 죽을 때까지 존경하고 사랑하게 해주십시오”라고 했다. 박 전 위원장은 “그러니까 잘 해. 이해하고 알았어요”라고 답했고, 이 대표는 “충성충성충성. 장관님 사랑합니다 충성”이라고 답했다. 그러자 박 위원장은 “나에게 충성 말고 대통령 잘 모셔”라고 말했다.
이는 박 전 위원장이 SNS에서 이 전 대표에게 ‘대표 그만두고 청와대에 들어가 비서나 하라’고 공격한 데에 이 전 의원이 서운함을 토로한 문자였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정국에서 여당 대표의 지나친 저자세가 당 내부에서 비판을 받았다.
문재인 정부 시절에도 논란은 있었다. 당시 법무부 장관이었던 추미애 의원과 검찰총장이었던 윤석열 대통령이 갈등을 빚던 2020년 1월, 추 의원이 법무부 정책보좌관에게 “그냥 둘 수 없다”며 “지휘·감독 권한의 적절한 행사를 위해 징계 관련 법령을 찾아 놓으라”고 지시하는 문자가 포착됐다. 정치권에선 윤 대통령을 겨냥한 것으로, 추 의원이 윤 대통령의 ‘항명’을 강조하기 위한 의도적 노출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한 국회 관계자는 “국회의원 혹은 국회에 출석한 인사들이 핸드폰으로 주고받는 문자 혹은 필담은 언론 카메라에 종종 포착되곤 한다”며 “이 때문에 의원들은 보호필름을 부착하고 허리를 숙여 책상 아래에서 확인하는 등 주의를 기울이곤 한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