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 전기차 생태계를 주도하는 국가는 중국이다. 한국 자동차 산업은 해외 시장은 물론 국내에서도 중국 전기차와 본격적인 경쟁을 해야 한다.”
취임 1주년을 맞은 강남훈 한국자동차모빌리티산업협회 회장은 5일 서울 서초구 자동차회관에서 진행한 세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어떻게 중국에 대한 경쟁력을 확보할 것인가가 개인적으로도 가장 큰 과제”라며 이같이 밝혔다.
한국자동차산업은 올해 ‘역대급’ 성적을 기록하고 있지만 향후 비중이 커질 전기차 분야에서 상승세를 낙관할 수 없는 상황이다. 중국 전기차의 공격적인 해외 진출에 각국은 이미 분주하게 대응하고 있다. 미국이 북미산 전기차에 한해 세제혜택을 주는 전기차법(인플레이션감축법·IRA)을 시행한 데 이어 프랑스 정부도 ‘프랑스판 IRA’라 불리는 전기차 보조금 개편안을 최근 발표했다.
―중국 전기차는 가격 경쟁력에서 뛰어난데.
“중국은 15년 이상 국가 차원에서 배터리, 소재, 기초원료 등에 막대한 국가보조금을 지원해 전기차 생태계를 구축했다. 우리도 경쟁력 있는 전기차 생태계를 만들기 위해 세액공제 등 획기적인 지원책을 만들어줘야 한다. 업계는 그런 기반 위에서 원가를 절감할 수 있는 공정을 도입하는 혁신을 해야 한다. 전기차주가 차를 낮에 안 쓰면 충전해놓은 전기를 한국전력 DR(수요반응) 제도와 연계해 판매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도 정부와 업계가 아이디어 차원에서 논의하고 있다. 차주는 부수입이 생기고, 국내 업체는 차별화된 기술개발을 하고, 국가는 전력 수요관리를 할 수 있다. 또한 고속도로 버스 전용차선을 전기차도 이용할 수 있도록 하면 전기차의 사회적 수용성을 높이고, 값싸고 좋은 전기차를 국내에서 많이 만들도록 하는 방안이 될 수 있다.”
―현 정부 들어 투자세액공제 대상이 되는 ‘국가전략기술·시설’에 전기차가 포함됐다.
“각국에서 보호주의 정책이 확대되고 있는 상황에서 자율차, 전기차, 수소차 등 미래차를 국가전략기술로 지정하고 세제 지원이 확대된 것은 긍정적이고, 매우 시의적절했다. 이번 지원 확대로 30여년 만에 충남 아산과 울산에 전기차 전용공장이 건설되고, 외투기업들도 전기차 투자를 계획하게 됐다. 하지만 전기차 중심의 미래차 산업으로 전환하기 위해서는 10년을 바라보고 투자할 여건을 조성해야 한다. 최소 2030년까지는 세액공제가 연장돼야 하고, 임시투자세액공제의 연장 조치도 필요하다. 미국 IRA는 2032년까지 세제혜택을 부여한다.”
―‘미래차 지원 특별법’이 최근 2년여 만에 국회 상임위원회를 통과했는데 법 제정 효과는.
“전기차 시대로 가면 내연기관차 부품의 절반 이상이 필요없어지고 그만큼 관련 일자리가 사라진다. 정보 제공부터 컨설팅, 부품개발 시 연구개발 비용지원, 수요처 확보 등 종합적인 지원을 통해 우리 자동차 부품업계가 성공적으로 미래차 산업 전환을 이뤄내길 기대한다. 부품사를 기반으로 국내에 안정적인 생산기반이 구축돼야만 이를 바탕으로 미래차산업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 2년여 만에 상임위를 통과한 만큼 앞으로 법률 제정과 하위법령 수립, 법률 시행까지 신속하게 진행돼야 할 것이다.”
―연내 국내에서 레벨3 자율주행차가 상용화될 것으로 예상되는데 자율주행이 본격화되기 위해 어떤 여건이 갖춰져야 할까.
“100년 만의 자동차산업 대전환을 이끄는 한 축은 전동화, 다른 한 축은 자율주행차다. 자율주행차 발전이 더딘 것이 기술적인 측면도 있지만 개인정보보호법과 충돌되는 부분이 있다. 미국 등과 달리 우리나라의 개인정보보호법이 엄격해서 주행데이터를 쉽게 활용하지 못한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자율주행 상용화 촉진법’이라는 특별법을 만들어서 자율주행기술을 개발하기 위해 모은 데이터를 개인정보가 드러나지 않도록 익명처리해 사용할 수 있도록 했지만 업계에서는 시험용 단계에서 필요한 데이터는 좀더 유연하게 개방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통신 의존도 확대에 따라 해킹 등에 대비한 사이버보안을 높이는 것도 과제다.”
―자동차 산업 대전환 과정 속에서 합리적이고 안정적인 노사관계 구축을 위한 노동정책 방향은.
“산업의 전환과 함께 노동, 일자리의 전환도 불가피하다. 근로시간, 일하는 방식 등 노동유연성을 높이는 것이 중요하다. 더 중요한 것은 확고한 노사법치주의하에서 노사 간 협력·대화하고 합리적인 방안을 찾는 과정을 정착시키는 것이다. 기업에서 노조의 불법 파업, 부당한 요구는 엄격하게 처리해야 한다. 근본적으로 노사관계를 바라보는 법 체계나 노동 당국의 인식도 바뀌어야 한다. 현재 선진국에 있는 사회보장제도는 다 갖췄고 노동권도 신장됐다. 하지만 노동환경이 열악한 시대에 만들어진 정부 개입 위주의 노동자 보호 제도는 그대로다. 정부가 지나치게 개입하지 말고 불법행위는 확고히 막는 법치를 만들고, 노사 자치에 맡기는 게 필요하다. 주 52시간 근로제도 노사에 맡겨야 한다. 1년 내내 똑같이 일한다는 것을 전제로 했는데 실제 경기에 따라 업다운이 있다. 자동차산업은 지난 몇 년간 코로나 때문에 많이 어려웠다가 지금 수출이 늘었지만 주 52시간제에 묶여 연장근로를 더 할 수 없는 회사도 있다.”
―향후 협회의 역할과 주력할 사업 방향은.
“협회는 자동차산업의 변화와 모빌리티 혁명시대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지난 5월 ‘한국자동차산업협회’에서 ‘한국자동차모빌리티산업협회’로 명칭을 변경했다. 안정적인 전기차산업의 경쟁력 확보를 위해 배터리 소재부터 부품까지의 공급망 안정화, 자율주행차 등 상용화 지원을 위한 규제개선 및 타 산업과의 협력 강화, 노동유연성 확보를 위한 제도개선 등에 주력해 자동차 산업의 글로벌 경쟁력이 유지될 수 있도록 지원할 계획이다. 특히 업계와 정부 간 소통을 이어가며 전기차 생태계를 만들고 중국과 진검승부를 해야 한다.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해외 기업의 최고경영자(CEO)들도 중국 전기차와의 경쟁에서 이길 수 없다고 공공연히 말할 정도다. 정부의 적극적인 도움이 절실하다.”
◆강남훈 자동차모빌리티산업협회장은…
●1961년 경남 합천 출생 ●대구 계성고 ●서울대 국제경제학과, 서울대 행정대학원, 미국 미시간대학교 대학원 경제학 박사 ●행정고시 26회 ●산업통상자원부 산업정책과장 ●지식경제부 에너지정책관 ●대통령실 지식경제비서관 ●한국산업단지공단 이사장 ●한국에너지공단 이사장 ●한국자동차모빌리티산업협회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