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 2023-10-17 19:14:15
기사수정 2023-10-17 19:14:13
집시법 일부 개정령 시행·공포
교통질서 유지 조건붙여 제한
이태원로 등 11개 도로 추가
경찰이 17일부터 서울 용산 대통령실 앞 이태원로에서도 집회·시위를 금지할 수 있게 됐다.
경찰에 따르면 이런 내용을 포함한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집시법) 시행령 일부 개정령이 이날 공포·시행됐다. 개정령에 따르면 집시법 제12조에 근거해 관할 경찰서장이 교통 소통을 위해 필요하다고 인정할 경우 집회·시위를 금지하거나 교통질서 유지를 위한 조건을 붙여 제한할 수 있다.
이를 적용할 수 있는 주요 도시의 ‘주요 도로’에 용산 대통령실과 관저를 둘러싼 이태원로와 서빙고로 등 11개 도로가 추가됐다. 서초동 법원·검찰청 사거리, 강남대로 등도 포함됐다. 최근 5년간 집회·시위가 개최되지 않았거나 교통이 과거에 비해 원활해진 기존 도로 12개는 제외됐다. 주요 도로의 내용을 바꾼 시행령 개정은 2014년 이후 9년 만이다.
주거지역이나 학교·종합병원·공공도서관 인근 집회·시위의 소음 단속 기준도 강화된다. 제재할 수 있는 최고 소음 기준 위반 횟수를 ‘1시간 동안 3번 이상’에서 ‘1시간 동안 2번 이상’으로 바꾸고, 평균 소음 측정 시간은 ‘10분’에서 ‘5분’으로 변경했다.
그동안 경찰은 대통령 집무실을 대통령 관저로 판단해 집시법 11조의 ‘대통령 관저로부터 100 이내 집회 금지’ 조항을 근거로 대통령실 앞 집회를 막아왔다. 이에 집회 주최 측은 법원에 집행정지를 청구하고 법원은 ‘집무실을 관저로 볼 수 없다’는 취지로 주최 측의 손을 들어주는 일이 반복됐다.
경찰이 집회 금지 재량권을 갖는 주요 도로에 이태원로 등을 포함한 이번 시행령 개정에 대해 일각에서 ‘정부가 대통령 집무실 앞 집회·시위를 원천 봉쇄하기 위해 시행령을 개정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는 배경이다.
지난 12일 경찰청 국정감사에서도 나온 이 같은 지적에 대해 경찰은 “도시 구조나 교통 상황이 빠르게 변화해 그에 맞게 시행령을 개정한 것이며, 법원이 제시한 판단 기준에 따라 집회·시위를 최대한 보장할 방침”이라고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