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젠 내가 없어도 되지 않겠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한국 축구의 자존심인 손흥민(토트넘)이 13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튀니지와 평가전이 끝난 뒤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이같이 말했다. 이날 한국 축구대표팀은 튀니지를 상대로 모처럼 4-0 화끈한 승리를 거뒀다. 손흥민이 벤치를 지키고 있었지만 이강인이 두 골을 뽑아내는 등 맹활약한 덕분이었다.
이강인이 최고의 10월을 보내고 있다. 특히 10월 A매치 두 번째 경기에서도 자신이 왜 그동안 수많은 기대를 받아왔는지를 명확하게 보여줬다. 이제 이강인은 소속팀으로 복귀해 뜨거운 경쟁 뛰어든다. 세계 최고의 선수들과 생존싸움에서 이강인이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 관심이 쏠린다.
이강인은 17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베트남과 평가전에서 1골 1어시스트를 기록하며 팀의 6-0 완승에 힘을 보탰다. 이날 첫 득점은 이강인의 발에서 시작됐다. 이강인은 전반 5분 코너킥 키커로 나서 김민재(뮌헨)의 득점을 이끌어냈다. 후반 25분에는 팀의 5번째 득점을 만들어내기도 했다. 이강인은 손흥민의 패스를 받아 페널티 지역으로 침투한 뒤 왼발 슛을 성공시켰다. 뿐만 아니었다. 이날 이강인은 풀타임을 소화하면서 경기 막판까지 수비에 가담하며 지치지 않는 열정을 보여줬다.
2023년 10월은 이강인에게 잊지 못할 순간이 될 전망이다.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면서 병역문제를 풀어냈다. 또 튀니지전에서는 왼발 프리킥 골로 A매치 데뷔골을 뽑아냈다. 이 경기에서 이강인은 후반 12분 페널티 지역 안에서 상대 수비와 경합하는 과정에서 공을 밀어 넣어 추가골을 터트렸다. 10월 A매치 2경기에서 이강인은 3골 1어시스트로 맹활약했다.
이강인은 “골잡이가 아니기 때문에 도움을 올리려고 시도하고 있고, 이날 역시 공격포인트를 올릴 수 있어서 기쁘다”고 말했다. 튀니지전에 이어 두 경기 연속 김민재를 노린 코너킥을 선보인 이강인은 “훈련 때 크로스 올릴 지역을 먼저 정했는데 그 위치로 공이 잘 간 것 같다”며 “코너킥 때 선수들 머리에 잘 맞춰서 더 많은 골을 만들도록 하겠다”고 웃었다.
파리 생제르맹에서 활약 중인 이강인은 소속팀에 복귀한 뒤 다시 한 번 치열한 경쟁에 나서야 한다. 이강인은 “몸 상태는 평소와 비슷한데 팀에 돌아가서는 어떤 상황이 올지 모른다”며 “경기에 많이 뛸 수도, 못 뛸 수도 있지만 항상 최선을 다해 좋은 퍼포먼스를 보여드릴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손흥민의 ‘내가 없어도 되겠다’는 발언에 대해 이강인은 “(손흥민과) 시너지가 나고 있고 팀에 도움이 되고 있다”며 “앞으로 많은 경기에서 호흡을 맞춰가면서 좋은 결과를 가져오겠다”고 다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