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보증금 안 돌려주고 세입자 허위 고소”… 검찰, 80대 집주인 구속기소 [법조 인앤아웃]

원룸 세입자와 보증금 반환을 놓고 법적 분쟁을 한 뒤, 30회 가까이 무차별 허위 고소를 반복한 80대 남성이 구속 상태로 재판에 넘겨졌다.

 

사진=뉴스1

18일 법조계에 따르면 부산지검 서부지청(지청장 이덕진)은 지난 11일 A(85)씨를 무고죄로 직구속기소했다.

 

A씨는 자신이 관리하는 원룸의 임차인 B(40)씨를 허위로 고소한 혐의를 받고 있다. A씨는 무고죄로 집행유예 기간 중이던 지난해 12월 별개의 무고 혐의 재판에서 “B씨가 허위 증언을 했다”며 위증죄로 무고한 것으로 나타났다.

 

A씨와 B씨의 악연은 2016년 12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A씨는 2011년 9월 B씨와 임대차계약을 맺으며 보증금으로 2000만원을 받았다. 2016년 12월 계약이 종료된 뒤 A씨는 B씨에게 보증금 1500만원만 돌려줬다. B씨가 “계약 당시 수표로 500만원을 더 지급했다”며 이의를 제기했지만, A씨는 “수표 지급 내역이 위조됐다”며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두 사람은 민사소송에 돌입했고, 이듬해 패소한 A씨는 500만원을 B씨에게 돌려줬다.

 

이후 A씨는 수년간 B씨와 부동산 중개인, 경찰관에 대해 “재판에서 위증했다”며 무고해 온 것으로 확인됐다. A씨는 B씨에게 총 7회, 부동산 중개인과 담당 경찰관 등 사건 관계자들에게 22회 무고한 것으로 조사됐다.

 

허위 고소를 남발한 A씨는 이들에 대한 무고죄로만 세 차례 재판에 넘겨졌다. 이 중 두 건은 징역형 집행유예가 확정됐으며, 한 건은 항소심이 진행되고 있다. 검찰 수사 과정에서 A씨는 이번 사건과 관련 없는 무고 전과가 두 차례 있었던 것으로도 확인됐다.

 

당초 경찰은 A씨가 B씨를 위증으로 고소한 사건을 ‘혐의없음’으로 불송치 결정했지만, 검찰은 A씨가 상습적이고 반복적으로 무고한다고 판단하고 재수사 끝에 구속했다. 검찰은 A씨가 고령인 점을 감안, 체포 과정을 바디캠으로 녹화했다. 구속영장 집행 과정의 투명성을 보장하는 한편 인권침해 소지가 없도록 했다는 설명이다.

 

이번 사건을 수사한 장진우 검사(변호사시험 10회)는 “B씨는 물론 부동산 중개인과 경찰관까지 사건 관련자들이 허위 고소로 오랜 기간 굉장한 고통을 겪었던 사건”이라며 “국가 수사 인력을 낭비시키는 사법질서 저해 범죄인 무고에 엄정하게 대응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