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기 화성시 신도시에 사는 A씨는 지난 3월 초 아파트 단지 놀이터에 30개월된 아들과 있다가 가슴이 철렁한 사건을 겪었다. 한 초등학생이 무선 조종을 하던 드론이 나무에 부딪힌 뒤 아들 머리 위로 떨어지면서 아들 눈가 근처가 1㎝가량 찢어졌다. 상처도 속상하지만 눈에 정통으로 맞았다면 정말 상상하기도 싫은 일이 벌어질 수도 있는 아찔한 상황이었다. 그는 아들의 상처 부위 사진과 함께 사건 내용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린 뒤 비슷한 사고를 겪거나 당할 뻔한 경험이 있는 학부모가 여럿 있다는 사실을 알고선 심각한 상황임을 알았다. A씨는 “단지에서 보호자 없이 아이들끼리 드론을 날리는 모습을 종종 보면서 불안해하던 중에 그 일을 겪은 뒤에는 드론을 보기만 해도 가슴이 뛴다”고 말했다.
# 지난 8월 12일 오후 8시. 부산 수영구 광안리해수욕장에서 1000대의 드론이 동원된 조명쇼가 펼쳐졌다. 피서객 16만명이 백사장에 앉아 밤하늘을 바라보며 반짝이는 드론 조명에 취해 있던 중 특수촬영용 드론 1대가 떨어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인파가 몰려있던 백사장 2.5m 상공에서 신호가 끊긴 드론이 현장에 있던 피서객 2명을 덮치면서 각각 허벅지와 발등을 다쳤다. 경미한 부상이라 2명 모두 병원에서 치료받은 뒤 당일 귀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행사 관계자는 “추락한 드론은 드론쇼를 찍던 촬영용 드론이었는데, 신호 오류로 떨어진 것으로 파악됐다”며 “무게 500g 정도의 비교적 소형 경량 드론이어서 다행히 부상이 크지 않았다”고 했다.
하늘을 나는 드론이 우리 일상으로 빠르게 퍼지면서 시민의 안전도 위협받고 있다. 농업용과 산업용, 군용부터 촬영과 취미생활을 위한 분야까지 다양한 용도로 드론이 활용되면서 자연스럽게 드론을 둘러싼 각종 사건·사고도 늘어나고 있어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드론사고 공신력 있는 통계도 없어
◆실명제 확대·보험 의무가입 도입돼야
드론 사고를 예방하려면 사전에 드론과 관련한 정보 습득과 안전 교육이 가장 중요하다. 국토부와 한국교통안전공단은 최대이륙중량 250g을 초과하는 드론을 대상으로 사업용·비사업용에 관계 없이 드론 조종자격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드론의 위험도에 따라 1∼4종으로 세분화돼 있는데, 최대이륙중량 2㎏ 이하 드론을 운용할 수 있는 4종 자격은 별도의 자격시험 없이 무료 온라인 교육과정(6시간)을 수료하면 취득할 수 있다. 상위 자격의 경우 학과시험과 실기시험(2종 이상)을 통과하고, 일정 기간 이상의 비행경력을 채워야 한다.
이 과정에서 드론 운용에 필요한 기술과 주의사항을 습득하게 된다. 드론 조종사는 항공안전법 등에 따라 가시거리 범위와 주변 안전을 확보하고, 고도 150m 이내에서 운용해야 한다. 이 같은 안전사항을 지키지 않거나 비행금지구역, 야간 비행 등을 한 경우에는 최고 500만원의 과태료가 부과될 수 있다.
드론 관리와 관련한 제도 보완 필요성도 제기된다.
우선 드론 추락 사고 후 주인이 처리하지 않고 뺑소니하는 사건이 잇따르면서 드론실명제를 더욱 확대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2021년 드론실명제 확대 시행에 따라 사업용이 아닌 취미용 드론도 최대이륙중량 2㎏ 이상이면 드론원스톱 민원서비스(drone.onestop.go.kr)를 통해 신고해야 하지만 기준 이하 중량의 경우 사고를 일으키고 주인이 도주해도 피해 배·보상이 쉽지 않다.
보험가입 의무화도 거론된다. 정부는 드론 보험시장 활성화를 위해 올해 초 보험사와 관계기관 등과 합동으로 드론보험 약관 표준안을 마련했다. 자동차와 달리 드론은 보험 가입이 의무사항은 아닌 만큼 정확한 안전사고 규모를 파악하거나 피해 조치 결과를 확인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는 것이 맹점이다.
박세훈 한국법제원 연구위원은 “드론에 의한 사고는 보상을 받기 위해 피해자가 상당한 시간과 노력을 들여야 하고, 가해자가 (경제적 능력이 없는) 무자력자일 경우 현실적으로 보상이 곤란한 상황도 있다”며 “취미용 드론에 대해서도 책임보험 등 자동차보험 수준의 의무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한국교통안전공단 관계자는 “드론 불법비행에 대응하기 위해 드론식별장치 장착 법제화와 드론식별관리시스템 개발 등 안전한 환경을 조성하기 위한 방안을 추진 중”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