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주’라는 어원은 참 매력 있다. 구울 소(燒), 술 주(酒). 바로 ‘구워낸 술’이다. 발효주에 열을 가하면 끓는 점이 낮은 알코올(78도 정도)이 먼저 올라와서 물과 분리되기 때문이다. 이러한 술을 소주라고도 하지만, 정확하게 따지면 ‘증류주’다. 영어로는 스피릿(Spirit). 발효주의 영혼, 즉 알코올만 뽑았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이 소주는 고려시대 몽골을 통해 우리나라에 들어왔다고 한다. 당시 몽골은 동유럽까지 정복해 세계 최대의 제국을 이루는데, 이때 중동의 연금술사들에게 배웠고, 그것이 우리나라에도 전해졌다는 것이 일반적 견해다.
증류에 대한 가장 오래된 기록은 기원전 1세기 이집트의 알렉산드리아에서 발견된다. 이후에 가열, 분쇄, 혼합, 여과 등 증류와 관련된 여러 단어를 볼 수 있다. 연금술의 기본은 물체에 대한 온, 냉, 건, 습을 가해서 물체를 바꾸는 것이기 때문이다. 다만 술을 증류했다는 기록은 아직 안 보인다. 아리스토텔레스가 와인에 대한 기화 및 응축에 대해 쓴 내용만 있을 뿐이다. 기록된 역사는 아니지만 타타르족이 마유(말젖)에서 증류주를 만들었다는 이야기 및 훈족이 맥주에서 까뮤(Camus)라는 증류주를 만들었다고 한다.
이후 십자군전쟁을 통해 중동의 증류 기술은 유럽으로 전해진다. 하지만 당장 위스키를 마실 수 있는 것은 아니었다. 워낙 많은 곡물이 소요되기 때문. 그래서 최초의 위스키 면허는 1506년 외과의사에게 주어진다. 의사들에게 독점권을 준 것이다. 그래서 위스키와 음식을 같이 먹는 문화는 거의 없었다. 약과 음식을 같이 즐기는 것 자체가 어색했던 것이다.
결국 스코틀랜드의 위스키는 지금처럼 고급스럽지도, 또 특별한 태생이 있었던 것은 아니다. 힘들게 밀주로 만들고, 잉글랜드와의 협력을 통해 여기까지 온 것도 있다. 지금의 위스키 위상과 거리가 있다.
지금이라도 하나씩 우리 전통주와 한국술을 브랜딩해 간다면 당장은 아니라도 10년, 20년이 지나면 달라진다는 것이다. 급히 생각하지 말고 긴 호흡으로 갈 필요가 있다. 좋은 문화는 당장에 이뤄지는 것이 아닌, 세월이 만들어 준다. 그 세월 속에 우리가 하나씩 문화를 채워 나가면 된다. 기회는 우리가 생각지도 못했을 때 도둑처럼 찾아온다. 그 누구도 생각 못 했던 한류의 도약처럼 말이다.
● 명욱 주류문화 칼럼니스트는…
주류 인문학 및 트렌드 연구가. 연세대 미식문화 최고위과정 교육 원장, 세종사이버대학교 바리스타&소믈리에학과 겸임교수. 넷플릭스 백종원의 백스피릿에 공식자문역할도 맡았다. 저서로는 ‘젊은 베르테르의 술품’과 ‘말술남녀’가 있다. 최근에는 술을 통해 역사와 트렌드를 바라보는 ‘술기로운 세계사’를 출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