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계가 자금조달 난항, 원가상승에 따른 비용증가 등으로 성장에 애로가 있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19일 대한상공회의소가 지난달 13∼27일 국내 스타트업 259개사를 대상으로 실시해 발표한 ‘2023년 스타트업 애로 현황 및 정책과제’ 조사 결과에 따르면에서 스타트업 10곳 중 4곳은 ‘자금 조달 문제’로 성장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답했다. ‘원가 상승에 따른 비용 증가(38.2%)’, ‘인력 부족(22.0%)’, ‘국내외 판로 확보(18.1%)’, ‘신산업 규제 (10.0%)‘, ‘기술개발(6.9%)’, ‘지재권 분쟁(2.3%)’ 등이 뒤를 이었다.
공간공유 스타트업 A사 대표는 “코로나 사태로 매출이 급감해 회사 운영이 많이 힘들었는데 코로나 이후 매출이 반짝 회복했음에도 자금 조달이 쉽지 않아 누적 적자는 계속 늘고 있다”며 “정직원 5명을 모두 내보내고 아르바이트생 1명만 쓰고 있는데 이마저도 쉽지 않아 아예 사업을 접고 다른 업종으로 피봇팅(업종변경)할까 고민 중”이라고 하소연했다.
스마트 관광 서비스를 제공하는 B사 대표는 “IT전문인력을 뽑기 위해 이들이 가장 선호하는 근무지인 강남으로 사무실을 이전했는데 임차료 증가라는 예상치 않은 부담까지 짊어지게 돼 걱정”이라고 했다.
스타업계 경영난은 올해도 여전할 것으로 전망됐다.
응답기업의 40.2%는 “작년보다 경영 여건이 악화됐다”고 답했다. 그 이유를 물자 ‘내수시장 부진(60.6%)’을 가장 많이 꼽았고, ‘스타트업 투자환경 악화(37.5%)’, ‘3고(고물가‧고금리‧고환율) 현상 지속(37.5%)’ 등이 뒤를 이었다.
1년 전보다 투자 유치가 늘었다는 기업은 10곳 중 1곳에 불과했다. 다만 지난해 조사에선 ‘1년 전보다 투자 유치가 감소했다’고 답한 비중이 36%에 달했는데, 올해 그 비중이 16.6%로 나타나 악화 정도는 다소 약해진 것으로 보인다는 분석도 나온다.
창업생태계 발전을 위한 최우선 과제로는 ‘투자 활성화(44.0%)’를 가장 많이 꼽았고, ‘대·중견기업과 스타트업 간 판로연계(33.6%)’, ‘신산업 분야 규제 해소(20.1%)’, ‘대·중견기업과 스타트업 간 기술교류(12.7%)’ 순이었다.
대한상의 관계자는 “투자활성화, 판로연계, 기술교류 등은 오픈 이노베이션이 해결책이 될 수 있다“며 “대·중견기업과의 협업은 스타트업에 추가적인 투자 유치, 기술·사업모델 고도화, B2B·B2G 판로 연계 등 ‘일석 삼조’의 효과를 거둘 수 있는 선택지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대기업 또한 오픈 이노베이션을 통해 스타트업의 혁신기술을 활용한 신사업 진출, 연구개발(R&D) 고도화 등이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오픈 이노베이션이란 기업의 혁신을 위해 기술 및 제품 개발과정에 대학·중견기업·스타트업 등 외부 자원을 활용하는 방식이다. 대기업은 적은 초기 투자비용으로 성장 가능성 있는 기업·기술과의 제휴 기회를 선점할 수 있고, 스타트업은 기술을 시장에 선보이고, 판로를 확보하는 시간과 비용을 줄여 성장기회를 얻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미국 통신기업인 AT&T는 기간산업인 통신업이 콘텐츠를 동반한 플랫폼 사업으로 확장됨에 따라 신사업 아이디어를 얻고자 스타트업 등 기존기업과의 협업을 위한 ‘AT&T Foundry’ 프로젝트를 도입했다.
실제 ‘Intucell’이라는 스타트업은 AT&T 무선 네트워크의 안정성과 속도를 크게 향상시킬 수 있는 아이디어를 제안했다. 12주에 걸쳐 진행된 POC(Proof of Concept·개념검증) 후 AT&T 무선 네트워크에 적용한 결과, 속도와 안정성이 10% 증가하고 과부하는 30% 감소했다. 장비도 없는 작은 스타트업이 대기업이 미처 생각하지 못한 결과물을 도출하고, 아이디어만으로 성공적인 협업을 이뤄낸 사례라고 할 수 있다.
한국벤처창업학회장을 지낸 가천대학교 전성민 교수도 “신속하게 비즈니스 모델을 수립하고 검증하는 스타트업과의 협업은 속도전의 승리로 빠르게 시장 우위를 점할 수 있는 경영전략”이라며 “스타트업과 대기업이 협업 과제를 상시적으로 논의할 수 있는 오픈 플랫폼과 네트워킹 프로그램을 구축하되, 개방형 혁신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스타트업의 기술 도용·유출 방지를 위한 대책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스타트업계의 M&A 시장이 활성화될 수 있도록 M&A 첫 단계부터 마지막까지 자금 및 법률을 지원해주는 ‘원스탑 서비스’도 필요하다”며 “대·중견기업도 외부로부터 기술과 인재를 받아들이는 데에 개방적인 ‘혁신추구형 기업문화’를 조성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강명수 대한상의 공공사업본부장은 “첨단기술 간 융복합이 활발한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오픈 이노베이션은 선택이 아닌 필수”라며 “8월에 정부가 발표한 ‘스타트업 코리아 종합대책’에 발맞춰 대한상의도 회원사인 대‧중견기업과 유망 스타트업을 잇고 투자자 매칭사업을 확대하는 등 민간 플랫폼 역할에 힘을 쏟겠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