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남 ‘빌런’ 리선권, ‘정치국 멤버’서 탈락 가능성

북한 노동당의 대남부서장인 리선권 통일전선부장이 노동당 정치국 후보위원에서 탈락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통일부가 밝혔다. 

 

통일부 당국자는 19일 기자들과 만나 “리선권 당 통전부장이 최근 주요 행사 및 회의에서 정치국 후보위원 그룹이 아닌 별도의 위치에서 식별되고 있다”며 “정치국 후보위원에서 탈락했을 가능성이 있어 주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리선권. 세계일보 자료사진

리선권은 김정은 국무위원장 방러 후 가장 중요한 회의였던 9월 22일 당 정치국 회의에서 보이지 않았다. 통일부 당국자는 “리선권이 정권수립일(9·9절) 계기 중앙보고대회나 김정은 방러 환영·환송시에도 주무대에 있지 않았다”며 “특이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당 국가인 북한에서 당 정치국 회의는 국가를 통치하는 가장 중요한 회의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통일전략실장은 “정치국 위원과 후보위원은 북한을 이끌어가는 최고 30명 정도의 핵심 엘리트 집단”이라며 “거기에서 통전부장이 빠진다는 것은 통전부장의 위상 하락을 의미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남북관계가 악화하면서 통전부의 기능도 축소됐을 가능성이 있고, 대남 무시 전략과도 연관이 있을 것”이라며 “윤석열정부 들어 통일부가 축소된 것을 고려하면, 남북한 모두에서 서로를 상대하는 부서가 축소되고 위상이 하락하는 경향성을 보여주는 것으로도 해석된다”고 덧붙였다. 

 

북한은 최근 남북이 한 민족으로서 통일을 지향하는 잠정적 특수관계라는 성격을 부정하거나 무시하는 듯한 모습을 보인 바 있다. 김여정 당 부부장이 담화에서 ‘대한민국’ 호칭을 사용하거나 대남메시지를 대남부서가 아니라 외국을 상대하는 외무성 국장 명의로 발표하기도 했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북한의 대남 전략 변화가 감지된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됐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방러 이후 9월 22일 노동당 정치국 회의가 열리고 있는 모습. 세계일보 자료사진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도 리선권 지위변화 가능성과 관련 “통전부장의 위상이 약화하고, 현 남북관계에서 더이상 역할이 없다는 측면, 북한이 큰 방향에서 남북관계를 민족 간 관계가 아닌 국가 간 관계로 가려는 연장선 측면 등이 이유일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올해 초 김영철이 통전부 고문 겸 정치국 후보위원으로 복귀한 만큼 조금 더 지켜봐야 한다는 분석도 나온다. 양 교수는 “통전부 고문과 부장이 둘 다 정치국에 있다는 것은 현 시점에서 과도하게 비중을 차지하는 것일 수 있다”며 “리선권 역할을 축소하고 김영철 역할은 확대한다는 징후로도 볼 수 있다”고 했다.

 

통일부도 통전부 위상 관련 판단에는 유보적 태도를 보였다. 통일부 당국자는 “김영철 고문이 정치국 후보위원을 유지하고 있어 통전부 자체의 위상 변화는 없는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리선권은 2006년 남북군사실무회담 북측대표로 참석한 이래 2018년 남북고위급회담 북측 대표단 단장을 지낸 대표적 대남통이다. 남북 대화국면에서 ‘냉면 목구멍’ 발언을 하는 등 막말 행태로 널리 알려진 인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