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간 끌어온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인수·합병(M&A)이 중대 기로를 맞았다. 대한항공이 유럽연합(EU)의 요구조건에 따라 ‘아시아나항공 화물사업부 매각’이라는 강수를 꺼내들었지만, 아시아나 이사회 관문을 넘을 수 있을지 미지수다.
19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대한항공은 유럽연합 집행위원회에 아시아나항공 화물사업부문 매각과 유럽 주요 도시 일부 노선의 슬롯을 반납하는 시정방안을 제출할 것으로 알려졌다. EU는 앞서 양사 합병에 따른 화물 노선 경쟁 제한 가능성을 우려하는 중간 보고서를 발표했다.
아시아나항공은 이달 말 이사회를 열고 화물사업 매각 협조 여부를 결정할 계획이다. 총 6명의 이사회 구성원 중 과반인 4명 이상이 찬성표를 던져야 화물사업 매각이 성사될 수 있다.
아시아나항공이 화물사업 매각을 거부하기로 결의한다면 EU 집행위의 기업결합심사 승인은 물 건너갈 전망이다. 어렵사리 EU를 통과해도 미국과 일본 경쟁당국의 관문까지 넘어설 가능성은 희박하다. 결국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간 빅딜 자체가 무산 수순을 밟게 될 수밖에 없다. 이 경우 대한항공이 아닌 제3자 매각 추진이 불가피해진다.
하지만 아시아나항공의 총부채가 12조원에 달하는 만큼 산업은행 등에서 추가적인 공적자금을 투입하지 않는 한 국내에서 매입 의사를 가진 기업을 찾기는 쉽지 않다는 게 중론이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빅딜이 무산되면 파산과 3자 매각을 놓고 정·재계 전체가 대혼란에 빠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