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4년 나운규가 각본, 연출, 주연한 영화 ‘아리랑’(1926)에 대한 이야기를 했었다. 필름이 소실되어 다시 볼 수는 없는, 일종의 ‘전설의 영화’로 소개하며, 영화 보존의 중요성도 강조했더랬다. ([송영애의 영화이야기] 나운규의 '아리랑'은 왜 본 사람이 없을까(2014.9.27) 참고)
지금도 ‘아리랑’은 여전히 볼 수 없는 영화다. 아직 필름이 발굴되지 않았다. 그러나 ‘아리랑’과 나운규에 대한 자료들은 발굴되어 왔고, 지난 10월 19일 관련 행사가 시작되어 소개하고 싶다.
한국영상자료원(원장 김홍준, 이하 “영상자료원”)에서는 세계시청각유산의 날을 기념해, 2023년 10월 19일부터 10월 28일까지 상암동 영상자료원 지하에 시네마테크 KOFA에서 ‘아카이빙 101’ 프로그램을 개최한다.
이번 프로그램은 낭독 공연과 음악 공연, 영화 상영 등으로 기획되어, ‘예술융합영상콘텐츠 공영 및 영화 상영’이라는 근사한 설명이 추가되었다.
여러 차례 소개한 대로, 무성영화 시기에 영화 상영은 일종의 공연이었다. 스크린에 영화가 상영되는 동안, 영화관에 고용된 해설자는 자막을 맛깔나게 해설하고, 음악가는 분위기에 맞게 연주했다. 영화관에 따라 오케스트라 연주가 가능한 곳도 있었다. 이후 녹음까지 완료한 유성영화가 등장하면서, 무성영화 공연은 사라졌다.
최근 국내에서 무성영화 공연은 여러 차례 시도되었다. 영상자료원에서도 ‘청춘의 십자로’(감독 안종화, 1934) 변사 공연을 비롯해 ‘근로의 끝에는 가난이 없다’ AI 협업 공연까지 다양한 방식의 공연을 선보여 왔다.
이번에는 낭독 공연이다. 나운규의 자전적 수필 ‘나의 러시아 방랑기’와 시나리오 ‘황무지’를 바탕으로, 제12언어연극스튜디오 배우들이 낭독하고, 더불어 추가로 제작한 영상 효과를 보여주는 방식의 입체낭독 공연이라고 한다.
음악 공연에는 ‘한국근대양악열전’이라는 제목이 붙었다. 나운규가 활동했던 1920~30년대 우리나라에서는 영화를 비롯해 서양음악 등 서양 문물이 확대되었다. 무성영화 ‘아리랑’이 상영되는 장소에서도 바이올린 등 서양악기로 편곡한 ‘아리랑’이 연주되었고, 관객이 합창했다고도 알려져 있다. 이번 공연에서는 인천콘서트챔버가 당시 ‘아리랑’ 연주를 다양하게 재현한다고 한다.
마지막으로 ‘아리랑’ 리메이크 영화 2편과 나운규 전기 영화 1편도 상영된다. 1968년 ‘아리랑’(감독 유현목, 주연 박노식, 남궁원)과 1974년 ‘아리랑’(감독 임원식, 주연 신성일), 1966년 ‘나운규의 일생’(감독 최무룡)이 필름으로 상영된다.
비록 1926년 전국에서 관객을 웃고 울린 나운규의 영화 ‘아리랑’은 남아있지 않지만, 관련 기록이 남아있고, 그 영화를 기억하던 이들이 리메이크한 영화와 전기영화가 남아있다. 그리고 그것들을 아울러 낭독 공연과 음악 공연, 상영과 이야기 나누는 행사 등이 기획됐다. 과거와 현재, 영화와 연극, 음악 등이 함께하는 이번 행사가 많은 이들에게 좋은 기억으로 남길 바란다.
사진=한국영상자료원
송영애 서일대학교 영화방송공연예술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