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학대 논란’ 소싸움 폐지되나…정읍시 예산 미편성에 동물단체 “진일보한 결정”

동물단체 “전통적 농경사회에선 이웃마을간 결속 다지는 축제였지만 현재는 세금 낭비하는 ‘사행성 도박’”
클립아트코리아

 

전북 정읍시가 동물 학대라는 지적을 받아온 소싸움을 내년엔 열지 않는다고 밝혔다.

 

19일 정읍시는 다음 달 소싸움 대회를 열되 내년 예산을 편성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소싸움은 수소끼리 뿔 달린 머리를 맞댄 채 싸우다가 먼저 도망치는 쪽이 지는 경기로, 현재 대구 달성군과 경북 청도군 등 등 11개 지자체에서 열린다.

 

정읍시는 “반려동물 문화가 확산하고 동물 복지를 중시하는 시대 흐름을 고려해 대회를 지속하는 건 무리가 있다고 판단했다”며 “올해 대회는 이미 예산(2억8500만원)이 잡혀 계획대로 치르지만, 내년은 대회 예산을 편성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올해 대회는 내달 9∼13일 정읍 임산물체험단지 부근에서 열릴 예정이다.

 

1996년부터 개최된 정읍 소싸움 대회는 2003년에는 정부가 지정하는 문화관광축제에 선정될 만큼 관광객들의 인기를 끈 바 있다. 하지만 이후 소싸움에 대한 인식이 바뀌면서 ‘동물 학대’란 주장과 ‘전통문화’라는 입장이 맞서왔다.

 

앞서 이학수 정읍시장은 지난 3월 “2024년도 예산 편성 전까지 소싸움 대회에 대한 대안을 찾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와 관련 동물권행동 카라 측은 논평을 통해 “정읍시의 진일보한 결정을 적극 환영한다”며 “이번 결정이 소싸움을 진행하는 다른 10개 지자체에도 영향을 미치길 기대한다”고 했다.

 

카라 측은 또 “소싸움은 농경사회에서 결속을 다지고자 이웃 마을 간 진행됐으나, 현재 지자체에서 개최하는 소싸움 대회는 사행성 도박에 불과하다”고 일축하기도 했다.

 

더불어 “전국에서 유일하게 소싸움 상설경기장을 운영하는 청도군은 대회 운영을 맡은 청도공영사업공사의 만성 적자를 메우기 위해 2019년부터 2023년까지 매년 50억 이상의 운영지원금을 쏟아부으며 혈세를 낭비하는 상황”이라고도 비판했다.

 

싸움소들은 평소 타이어 끌기, 산악 달리기 등에 시달리고 낯선 대회장에서 부상을 당하는 등 학대를 받고 있다고 한다.

 

한편 현행 동물보호법 제10조 제2항 제3호는 ‘도박· 광고·오락·유흥 등의 목적으로 동물에게 상해를 입히는 행위’를 동물학대로 규정해 금지하고 있다. 이에 따라 투계, 투견 등은 동물학대 행위로 규정, 현재 모두 불법이나, ‘민속경기 등 농림축산식품부령으로 정하는 경우는 제외한다.’는 예외조항을 둬 분쟁의 여지가 남아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