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방스 숲에서 만난 한국문학(장클로드 드크레센조, 이태연 등 옮김, 문학과지성사, 1만6000원)=프랑스의 한국문학 전문가인 저자가 한국 소설에 형태를 바꿔가며 등장하는 적(敵)의 형상을 분석했다. 김애란·박민규·장강명·이승우·한유주 등의 작품들을 통해 저자는 한국의 파란만장한 역사의 흐름 속에 생겨난 적이 “고독, 기술중독, 소통의 어려움, 시민 정신의 결여, 의존성, 가상세계, 의식과 정체성의 위기와 같은 익숙한 형태의 적들”로 변화했음을 짚는다.
로마 이야기(줌파 라히리, 이승수 옮김, 마음산책, 1만6800원)=첫 소설집 ‘축복받은 집’으로 퓰리처상을 수상한 인도계 미국인 작가 줌파 라히리가 4년 만에 내놓은 신작 소설집이다. 모국어인 영어와 성인이 되어 배우기 시작한 이탈리아어 두 언어로 작품활동을 하는 라히리가 이탈리아어로 쓴 단편 아홉 편이 수록됐으며, 새로운 정체성을 찾기 위해 분투하는 사람들의 모습을 세밀하게 그려냈다.
우리 우주의 첫 순간(댄 후퍼, 배지은 옮김, 해나무, 1만8000원)=빅뱅 직후의 순간을 설명하려는 과학자들의 분투기를 담은 우주론 안내서다. 미국 시카고대 천문학 및 천체물리학 교수인 저자는 현대 우주론의 맥락을 비교적 쉬운 용어로 천천히 해설해 나가며 다양한 천문학 이론의 의미, 관측과 실험 결과를 소개한다.
사피엔스의 죽음(후안 호세 미야스·후안 루이스 아르수아가, 남진희 옮김. 틈새책방, 1만8000원)=스페인의 대표적인 소설가와 고생물학자가 공동으로 인간의 노화와 죽음을 정조준해서 쓴 책이다. 저자들은 40대 이상이라면 이미 자연 상태의 죽음을 넘어선 시간대라며 그 이후에 찾아오는 노화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라고 조언한다.
약이 병이 되는 시대(로버트 휘태커, 장창현 옮김, 건강미디어협동조합, 2만5000원)=미국 저널리스트인 저자는 정신과 약물치료에 근본적인 의혹을 제기한다. 특히 항우울제와 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ADHD) 약의 경우 조증을 유발할 수도 있다고 경고한다. 정신질환 당사자 다수와 인터뷰를 통해 정신과 약의 양면성을 살펴본다.
학교의 재발견(더글러스 다우니, 최성수·임영신 옮김, 동아시아, 1만8000원)=미국 오하이오주립대 사회학과 교수인 저자가 학교의 불평등 문제를 조명한 책. 저자는 아이들의 학업성취도 차이, 즉 학교의 불평등은 아이에게 주어진 사회적·경제적 여건을 반영하는 결과라고 지적한다. 학교 교육만으로도 불평등 문제를 일정 부분 완화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이해인의 햇빛 일기(이해인, 열림원, 1만6000원)=수도자이며 시인으로 유명한 이해인 수녀가 투병 중에 써낸 ‘통증 단상2’ 등의 신작을 담은 시집이 8년 만에 출간됐다. ‘치유 시인’, ‘위로 시인’이라는 별명을 얻은 이해인 수녀는 노년의 신체 변화가 주는 좌절감과 투병의 괴로움을 차분한 언어로 이야기하고 이를 뒤집어볼 수 있는 단초도 제공한다.
인간의 시간(이강산, 눈빛, 1만7500원)=사진작가인 지은이가 대전에 있는 한 철거 직전 여인숙에서 367일 동안 머물며 겪은 일은 기록한 다큐멘터리 형식의 일기다. 작가에게 2021 온빛 사진상, 2022 부다페스트 국제사진상(2022 BIFA) 동상 등의 영예를 안긴 사진집 ‘여인숙’ 취재 과정에서 겪은 일을 소개한다. 작가가 여인숙 사람들과 조금씩 소통하고 그들에게 어떻게 손을 내밀 수 있을지 고민하는 동안 낯선 이들은 일종의 가족으로 거듭난다.
한밤중 도시에서는(줄리 다우닝, 이계순 옮김, 씨드북, 1만5000원)=간호사, 경비원, 소방관, 119 근무자 등 야간의 도시 노동자들의 일상을 따뜻한 그림으로 담아낸 책이다. 어린이 독자들은 늦은 밤에도 제 자리를 지키는 사람들을 보며 어른들의 직업의 세계를 이해하고, 잠자는 동안 도시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상상해 볼 수 있다. 미국 아동청소년도서관 길드와 아마존 에디터가 선정한 올해 최고의 아동도서에 선정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