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 풍토병' 인식 소 전염병, 94년만에 한국까지 왔다

아프리카 풍토병인줄 알았던 소 전염병인 ‘럼피스킨병’ 중동·동유럽·러시아·인도로 확산한데 이어 94년만에 우리나라로 까지 넘어와 비상이 걸렸다.

 

21일 충남도에 따르면  충남 서산시 소재 한우농장에서 럼피스킨병 발생했다.

 

지난 19일 서산의 한우 사육농가에서 “기르는 소 가운데 네마리의 피부에 혹이 생겼고, 식욕이 부진하다"는 신고가 접수돼 농림축산검역본부가 정밀검사를 진행한 결과 이 소들이 럼피스킨병임을 이날 최종적으로 확인했다.

럼피스킨병 중앙사고수습본부는 지난 20일 충청남도 서산시 소재 한우농장에서 럼피스킨병(Lumpy Skin Disease) 발생이 확산하자 농림축산식품부·행정안전부·농림축산검역본부 등 관계기관, 지방자치단체와 회의를 열어 위기 경보를 '심각' 단계로 상향 조정했다. 농림축산식품부 제공

럼피스킨병(Lumpy Skin Disease)은 럼피(Lumpy·혹덩어리)와 스킨(Skin·피부)의 합성어다. 소와 물소 등에게 걸리는 전염병으로 모기 같은 흡혈 곤충이나 오염된 주사기 등을 통해 전파된다. 사람에게는 전염되지 않는다.

 

이 병에 걸린 소는 온 몸에 지름 2~5㎝가량의 단단한 혹이 나고, 41도 이상의 고열과 식욕부진, 침흘림 등 증상을 보인다. 폐사율은 10% 이하지만 전염성이 높고 유산이나 불임 등 경제적 피해를 유발한다. 이 병에 대해 특별한 처방약은 없지만 항생제를 통해 2차 세균 감염을 막는 수준으로 대응할 수 있다고 알려져 있다. 백신은 이미 개발돼 있다. 농식품부는 국내 유입 가능성에 대비해 지난해 럼피스킨병 백신 54만 마리 분을 수입했다.

 

인수 공통 전염병이 아니라 사람에게 전염되지는 않는다.

 

농식품부와 충남도는 럼피스킨병이 확인된 농장에서 사육 중인 소 40여마리는 긴급행동 지침에 따라 매몰 살처분했다. 전국 소 농장과 도축장, 사료 농장 등 축산 관계시설 종사자와 차량에 일시 이동 중지 명령도 발령했다.

 

충남도는 시·군, 농·축협, 생산자단체 등에 발생 상황과 농가 대응 요령을 전파하는 한편 도내 가축시장 10곳을 폐쇄 조치하고, 소 사육 농가 모임도 금지했다. 소독 차량·소독용 드론 등을 활용해 발생지역 주변을 소독했다. 소 사육 농가에는 모두 전화통화를 통한 예찰을 진행하고 있다.

 

럼피스킨병 국내 발병소식에 경기도와 제주도 등 지자체들도 전염병 차단을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경기도와 제주도는 질병발생 정보를 접한 후 즉시 도내 한우, 낙농 등 생산자 단체와 수의사회에 일제 예찰과 철저한 소독을 안내했따. 럼피스킨병 방역 상황실을 편성해 대응하고 있다.

 

21일 현재까지 추가 확진은 보고되지 않고 있다.

 

럼피스킨병은 지난 1929년 아프리카 잠비아에서 처음 발생했다. 60여년간 아프리카의 사하라사막 인근 지역의 풍토병으로 인식됐으나 1989년 이스라엘에서도 발병했다. 이후 2013년부터는 중동을 거쳐 동유럽과 러시아 등으로 확산했고 아시아 등으로 감염 사례가 이어졌다. 작년에는 인도에서 이 병이 대량 발병해 소 200만 마리가 감염되고 15만 마리가 폐사했다.

 

우리나라는 1995년부터 이 병을 아프리카돼지열병이나 구제역과 같은 제1종 가축전염병으로 지정했다. 국내 유입 가능성에 대비해 2019년 진단체계를 구축했고 2021년부터 전국적으로 예찰을 시행해왔다. 방역당국은 어떤 경로로 전염됐는지 발병 역학조사를 진행하고 있는 가운데 전문가들은 해외로부터 모기 등 흡혈 곤충이 유입돼 발생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