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바람이 불기 시작하면 건조한 대기 탓에 ‘뻑뻑한 눈’을 비비는 사람들이 늘어난다. 최근에는 태블릿, 휴대전화 등 오랜 전자기기 사용 등으로 이런 안구건조증(건성안)이 더욱 증가하는 추세다. 지난해 안구건조증으로 병원 진료를 받은 환자 수는 243만1662명.
전문가들은 “노령화와 잦은 컴퓨터 이용, 라식 수술과 폐경 후 호르몬 치료 등이 많아지면서 안구건조증은 늘어나고 있다”며 “흔한 질환이라고 방치했다가는 2차성 안질환으로 이어질 수 있는 만큼 주의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전자기기 사용 등으로 현대인 흔한 질환
원인으로는 노화, 눈꺼풀 염증, 전자기기 사용, 콘택트렌즈 장기 착용, 레이저를 이용한 근시교정수술, 백내장 수술, 당뇨병, 자가면역질환 등이 있다.
선풍기, 에어컨, 난방기기 등 냉·난방기구나 전자기기를 오래 사용해도 눈이 건조해지는 원인이 된다. 수면 중에는 기초 눈물분비가 감소해 아침에 일어날 때 증상이 심해지는 경우가 많다.
전연숙 중앙대병원 안과 교수는 “건조한 실내에서는 가습기 등으로 습도를 적절하게 유지하고 컴퓨터 작업 시 의식적으로 눈을 깜박여 눈물층이 유지되도록 해주는 것이 좋다”며 “콘택트렌즈 착용 시 눈물층의 정상적인 형성을 방해해 증상이 악화될 수 있는 만큼 되도록 사용하지 않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인공눈물 과다 사용은 오히려 ‘독’
인공눈물은 안구건조증 예방·치료의 기본이 된다. 일시적으로 눈물을 보충해 건조 증상을 완화할 뿐만 아니라 가벼운 염증 치료 효과도 있다. 히알루론산나트륨이나 카프복시메틸셀룰로오스(CMC) 성분으로 만들어진 인공눈물이 대부분이다. 고농도의 경우 처방전이 필요하지만, 농도가 낮은 경우는 처방전 없이 구매가 가능하다.
전문가들은 인공눈물 과용을 경계한다. 하루 권장되는 점안 횟수는 6회 이하. 특히 다회용 인공눈물의 경우 보존제가 포함된 만큼 잦은 사용은 피해야 한다. 소프트렌즈를 착용 시 보존제가 포함된 인공눈물을 쓸 경우 보존제가 렌즈에 붙어서 염증을 유발할 수 있는 만큼 주의가 필요하다.
전 교수는 “사람의 눈물에는 성장인자 등 여러 가지 좋은 성분이 있는데 인공눈물을 습관적으로 많이 쓰게 되면 이런 성분을 씻어버리고 히알루론산만 남게 된다”고 지적했다.
대한안과학회는 장기간 히알루론산나트륨 인공눈물에 각막상피세포가 노출되었을 경우 각막상피세포의 대사력과 이주능력이 감소하면서 각막상피세포의 손상이 초래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대한안과학회는 점안 시 제품 입구에 손이 닿지 않도록 주의해서 고개를 살짝 뒤로 젖힌 후 아래 눈꺼풀을 손으로 잡아 흰자위나 빨간 살 부분에 살짝 떨어뜨릴 것을 권한다. 또 △유통기한이 지나지 않은 인공눈물 사용 △오염방지를 위해 다른 사람과 인공눈물 공유 피하기 △일회용 인공눈물은 개봉 후 하루 내 사용 △다회용 인공눈물은 개봉 후 한 달 내 사용을 권장한다.
무엇보다 안구건조증의 정확한 원인을 파악하는 것이 좋다. 원인 질병을 파악해 치료하면 안구건조증은 호전될 수 있다. 또 증상이 비슷한 다른 질병을 안구건조증으로 오해해 인공눈물만 쓰다 보면 증상이 악화할 수 있다.
전 교수는 “뻑뻑한 느낌, 모래가 들어간 느낌은 안구건조증과 결막결석의 공통적인 증상이다. 또 모낭충에 의한 눈꺼풀염을 안구건조증으로 착각하는 경우도 종종 있다”며 “결막결석은 결석제거를, 모낭충에 의한 눈꺼풀염을 항기생충 치료를 해야 하는데 안구건조증으로 잘못 자가진단하면 인공눈물만 넣다가 증상이 악화한다. 안질환의 정확한 진단과 치료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