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취임 이후 처음으로 삼성의 일본 내 협력회사 모임인 ‘LJF’ 정례 교류회를 주재하며 이건희 선대회장의 ‘한·일 신뢰구축’ 의지를 계승했다.
22일 삼성전자는 “이 회장이 지난 주말 서울 용산구 승지원에서 LJF 교류회를 주재하며 30년 협력의 성과를 돌아보고 미래 협력을 논의했다”고 밝혔다.
LJF는 ‘이건희의 일본 친구들’(Lee Kunhee Japanese Friends)의 약자로, 올해 발족 30주년을 맞았다. 이 선대회장이 삼성전자와 일본 전자업계 부품·소재 기업의 협력체제 구축을 제안하며 1993년 시작된 모임이다. 코로나19 사태로 휴회한 2020년을 제외하곤 지난 30년간 매년 개최됐다. 한국에서 대면 교류회가 열린 것은 2019년 이후 4년 만이다.
승지원(承志園)은 이 선대회장이 1987년 이병철 창업회장의 거처를 물려받아 집무실 겸 영빈관으로 개조한 곳으로, 창업회장의 뜻을 이어받는다는 취지로 이름을 지었다.
이 회장은 승지원을 삼성이 주요 손님을 맞고 미래를 대비하는 핵심 의사결정을 하는 곳으로 삼았다. 이 회장은 2019년 방한한 모하메드 빈 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를 승지원으로 초청해 차담회를 가졌다.
한·일관계가 악화일로에 놓였던 지난해 7월엔 승지원에서 일본경제단체연합회(게이단렌) 임원들과 양국 재계 협력 회복 방안을 모색했다. 이 자리는 올해 3월 윤석열 대통령 방일 당시 개최된 ‘한·일 비즈니스 라운드 테이블’에 국내 4대 그룹(삼성·SK·현대차·LG) 회장이 참석하는 계기가 됐다. 한일 경제인 행사에 국내 주요 그룹 회장이 모두 모인 것은 1998년 이후 24년 만이다.
이 회장은 선대회장 추모 주기를 맞아 현장 보폭을 넓히고 있다. 지난 18일 삼성 반도체 사업이 태동한 삼성전자 기흥캠퍼스를 찾아 반도체 전략을 점검하고, 이 선대회장 3주기 추모식 음악회에 모습을 드러냈다.
재계 관계자는 “반도체 현장, LJF 등 이 회장이 선대회장의 발자취를 복기하며 기업가정신을 되새기는 동시에 새로운 ‘JY 체제’를 공고히 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 회장의 잇따른 공개 행보로 이 선대회장이 환원한 ‘KH 유산’도 재조명되고 있다. 삼성 일가는 선대회장의 뜻에 따라 2021년 천문학적인 규모의 사회환원을 실천했다. 국립기관 등에 미술품 2만3000여점을 기증하고, 감염병 극복과 소아암·희귀질환 환아를 지원하기 위해 1조원을 기부했다. 최근 100년 만에 복원된 광화문 월대에도 호암미술관 소장품인 서수상(상상 속 상서로운 동물상)을 기증해 온전한 복원을 도왔다.
삼성 일가는 이 선대회장 별세 당시 상속세 마련을 위해 재산 상당 부분을 매각할 것이라는 세간의 예상을 뒤엎고 유산의 약 60%를 사회에 환원했다. 삼성 일가가 꾸준히 납부 중인 상속세 12조원은 세계적으로도 유례를 찾기 힘든 역대 최고 수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