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오늘 최고위원회의를 주재하며 당무에 복귀한다. 지난달 18일 단식 중 건강이 악화해 병원에 입원한 지 35일 만이다. 지난 8월 말 단식을 선언한 시점부터 따지면 약 두 달 만이다. 그동안 지난달 27일 이 대표에 대한 구속영장이 기각됐고, 10·11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에서 승리하며 이 대표의 당내 입지는 한층 강화됐다. 그렇지만 이 대표는 자신의 ‘사법리스크’로 인한 당의 부정적인 이미지를 걷어내고 총선을 앞두고 전열을 재정비해야 한다는 막중한 과제를 안고 있다.
우선 자신의 국회 체포동의안 통과를 주도한 ‘가결파 5인’(설훈·이상민·이원욱·김종민·조응천 의원)에 대해 어떤 입장을 내놓을지가 주목된다. 정청래 최고위원 등 강성 친명계는 이들에 대한 징계를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가결파 징계는 분열만 촉발할 뿐이다. 비명계는 여차하면 내년 총선을 앞두고 집단 탈당 및 신당 창당도 불사할 태세다. 이 대표가 당의 안정을 바란다면 대승적으로 통합·화해의 리더십을 발휘해야 한다. 이 대표는 구속영장 기각 후 “우리 안의 작은 차이를 넘어서자”고 했는데, 본인부터 솔선수범을 보여야 한다. 내부 통합과 중도 확장을 원한다면 가결파 징계를 요구하는 ‘개딸’ 등 강경파와는 거리를 두어야 한다.
이 대표는 이제 벼랑 끝에 서 있는 민생경제를 챙기는 데 진력해야 한다. 고물가·고금리·고환율 등 3고(高) 파고 속에 국민과 기업의 시름은 깊어가고 있다. 가뜩이나 ‘재판리스크’로 인해 당무에 차질을 빚을 공산이 큰 만큼 민생에 더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다행스럽게도 최고위원회의에서의 발언 역시 서민 경제난 해결에 초점이 맞춰질 것이라는 전언이다. 보선 참패로 위기에 몰린 윤석열 대통령과 국민의힘도 연일 민생을 외치고 있다. 민생경제를 놓고 여야가 선의의 경쟁을 벌이고 협력하는 모습을 보고 싶다. 이 대표는 윤 대통령에게 민생 영수회담을 제안한 상태다. 윤 대통령이 끝내 이에 응하지 않는다면 김기현 대표가 어제 제안한 ‘여야 민생 협치 대표회담’도 마다해서는 안 된다.
‘김은경 혁신위원회’가 지난 8월 말 활동을 종료한 이후 민주당의 쇄신작업은 멈춰 있는 상태다. 2012년 전당대회 돈봉투 의혹과 김남국 의원 코인 거래 사건에서 보듯이 민주당은 여전히 국민 눈높이에 맞는 쇄신이 필요하다. 내년 총선에서는 민생을 챙기고 강도 높게 혁신하는 진영이 승리한다는 사실을 한시라도 잊어선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