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어제 최고위원회의에서 윤석열 대통령을 향해 “무능과 폭력적 행태의 표상이 된 내각을 총사퇴시켜야 한다”고 했다. 단식 후유증으로 35일 만에 당무에 복귀해 내놓은 첫 메시지다. 입만 열면 민생과 협치를 외치는 이 대표가 당무를 재개하는 자리에서 내년 4월 총선을 겨냥한 대여 정치 공세에 나선 것이다. 이 대표 복귀를 계기로 여야 협치를 통해 민생 법안들이 처리되고 국회가 정상화되기를 기대하던 국민 바람에 찬물을 끼얹은 셈이다.
이 대표가 국민의힘 김기현 대표가 제안한 ‘여야 대표 민생 협치 회담’을 사실상 거절하고 민주당을 통해 윤 대통령과 여야 대표가 함께 만나는 3자 회동을 역제안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민생이나 협치는 허울뿐이고 윤 대통령과의 회동을 통해 ‘이제 사법 리스크가 해소됐다’는 메시지를 전파하고 싶은 속셈일 것이다. 이 대표가 정말로 민생을 중시하고 협치를 바란다면 윤 대통령과의 회담에 이렇게 목을 맬 필요가 없다. 윤 대통령과 이 대표가 만날 필요는 있다. 하지만 이 대표 구속영장 기각을 무죄 판결인 것처럼 보이게 하려는 정치적 의도에서라면 곤란하다.
이 대표가 ‘이재명 체포동의안 가결파’ 의원들 징계와 관련해 “체포동의안 처리 과정의 일로 더 이상 왈가왈부하지 않기를 바란다”고 한 것도 진정성이 느껴지지 않는다. “작은 차이를 넘어서 단결하고 단합해야 한다”면서도 “국민 눈높이에 맞는 충분한 혁신을 통해 국민 기대에 맞춰나가야 한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당장은 당의 단합을 위해 가결파 의원들을 묵인하겠지만 총선 공천 물갈이를 통해 솎아낼 것이라는 당내 의구심은 여전하다. 이 대표는 친명계와 ‘개딸’ 등 강성 지지층의 징계 요구에 대해 단호하고 분명한 반대 입장을 밝혀야 할 것이다.
비명계 조응천 의원은 어제 라디오에 출연해 “극성 팬덤으로 인한 당내 민주주의 약화, 그로 인한 사당화 심화, 또 방탄 정당의 이미지 등 당내 문제점이 근본적으로 해소된 게 없다”고 했다. 맞는 지적이다. 이 대표 구속영장 기각은 그 자체로 면죄부가 될 수 없다.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는 민주당이나 이 대표가 잘해서 이긴 게 아니다. 정부의 실책에 따른 반사이익을 챙겼을 뿐이다. 이 대표가 영장 기각과 보선 승리에 취해 민생을 외면하고 총선을 위한 대여 투쟁에 나선다면 다음엔 민주당이 민심의 매운맛을 보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