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광 이호진, 사면 된 지 두 달 만에 또 수사…20억 비자금 조성 혐의

“경제 활성화 이바지로 국민 여러분과 정부의 기대에 보답하겠다.”

 

지난 8월 광복절 특사로 복권된 이호진 전 태광그룹 회장은 특사와 관련해 “지속적인 투자와 청년 일자리 창출로 국가 발전에 힘을 보태겠다”며 이처럼 말했다. 하지만 복권 이후 2달 만에 20억원 이상의 비자금을 조성한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게 되면서 그의 사면을 결정한 정부 마저도 멋쩍은 상황이 됐다.

 

경찰이 24일 이호진 태광그룹 전 회장의 자택과사무실 등에 대한 압수수색에 나섰다. 태광CC가 계열사에 공사비를 부당 지원했고, 임원들의 급여를 빼돌린 혐의다.

이호진 전 태광그룹 회장. 뉴시스

서울경찰청 반부패공공범죄수사대는 이날 오전 이 전 회장의 자택과 서울 광화문 흥국생명 빌딩에 있는 태광그룹 경영협의회 사무실, 경기도 용인에 있는 태광CC를 압수수색하고 있다.

 

경찰과 태광 등에 따르면 경찰은 태광CC가 계열사에 대해 공사비를 부당 지원했는지를 들여다보는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경제개혁연대는 지난 5월 태광그룹이 이 전 회장과 친족이 100% 소유한 골프장 업체 티시스의 회원권 판매를 위해 계열사를 부당하게 동원했다며 공정거래위원회에 조사를 요청하기도 했다.

 

이와 함께 2015∼2018년 임원의 겸직 위반 혐의도 경찰 조사 대상에 포함된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은 임원들이 계열사에서 이중으로 급여를 받고 이 가운데 일부를 빼돌린 혐의를 살펴볼 것으로 알려졌다. 이 전 회장은 이 과정에서 비자금 20억원 이상을 조성한 혐의를 받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수사로 이 전 회장은 지난 8월 광복절 특별사면으로 복권된 지 2달 만에 또다시 경찰의 수사선상에 오르게 됐다. 이 전 회장은 2011년 1월 횡령·배임과 조세포탈 등 혐의로 구속기소됐고 2021년 10월 형기를 마친 뒤 출소했다. 하지만 특정경제가중처벌법과 금융회사의 지배구조에 관한 법률 등에 따라 5년간 취업 제한 규정을 적용받아왔다. 앞서 그는 검찰에 기소된 이후인 2012년 태광산업과 대한화섬 대표이사를 포함해 그룹 내 모든 법적 지위와 회장직에서 물러난 바 있다. 즉 만기출소 시점이 2021년 10월인 점을 고려하면 2026년 10월까지는 관련 기업에 취업이 불가했다. 하지만 지난 8월 광복절 특별사면으로 취업 제한을 벗어날 수 있게 됐고 사면 덕분에 경영 복귀의 길이 열렸다.

 

최근 국회 국정감사에서는 강훈식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이 전 회장의 광복절 특사 심사 때 태광그룹 임원을 남편으로 둔 이노공 법무부 차관이 참여한 것은 이해충돌 위반 소지가 있다는 지적을 제기하기도 했다.

 

태광은 이날 압수수색과 관련해 공식 입장을 내고 “경찰의 압수수색에 적극 협조하고 있으며 앞으로도 제기된 의혹이 해소될 수 있도록 경찰의 수사에 성실하게 임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이 차관은 ‘사면심사위 심사에서 회피하였고, 일체 관여한 바 없다’는 취지로 답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