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노총에 이어 민주노총이 어제 개정 노조법과 소득세법 시행령에 따라 정부의 노조 회계 공시 시스템에 회계 결산결과를 등록하기로 결정했다. 노조 재정 투명성을 위해 회계장부 등을 공개하라는 정부 요구에 노조 탄압이라면서 버티던 기존 입장을 바꾼 것이다. 회계 공시 불참 시 조합원들이 세액공제에서 입을 피해를 막기 위해서라고 한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해 취임 초기부터 강하게 추진해 온 노동개혁의 첫 결실로 평가할 만하다.
노조원들이 매달 급여 수령액의 1% 정도 내는 조합비가 한국노총과 민주노총에서 각각 1000억원이 넘는다. 여기에 지난 5년간 정부와 광역자치단체가 두 곳에 준 지원금만 1520억원에 이른다. 그 막대한 돈이 도대체 어디에 어떻게 쓰이는지 알 길 없었으니 이런 비정상이 있을 수 없다. 1년에 한두 차례 자체 회계감사 결과를 조합원에게 알린다지만 세부 내역이 없는 ‘깜깜이 회계’일 뿐이었다. 노조는 조합원 1000명이 넘으면 회계장부 표지와 내지 1장씩 제출하라는 정부 요구마저 외면해 왔다.
노조가 회계 감시 사각지대에 있다 보니 횡령과 배임 등이 비일비재할 수밖에 없다. 간혹 노조 집행부 교체 과정에서 비리가 드러나더라도 서로 쉬쉬해 온 게 사실이다. 상급단체도 조합원이 아니라 간부들을 위한 조직으로 전락했다는 한탄이 나올 수밖에 없었다. 노동계는 상급단체가 회계를 공시하지 않으면 산하 조직도 세액공제 대상에서 배제되는 ‘연좌제’ 운영 방식에 대해서는 헌법소원을 내겠다고 밝혔다. 이번 결정이 마지못해 이뤄졌다는 것이어서 아쉬운 대목이다.
올해 처음으로 잠재성장률이 1%대로 떨어질 정도로 성장 동력을 잃어 가는 우리 경제를 살리기 위해선 노동개혁이 절실하다. 급변하는 세계시장 상황 속에서도 우리나라 노조 문화는 권위주의 시절에 머물러 있고 노동경쟁력은 후진국 수준이다. 깜깜이 회계와 더불어 강성 파업, 노노 간 착취 등 개혁해야 할 노동계의 고질병이 산적해 있다.
노조 조합비 회계 공시는 노동개혁을 향한 첫걸음을 뗀 것일 뿐이다. 이를 계기로 주52시간 근로시간과 임금체계 개편, 정규직과 비정규직 등의 노동시장 이중 구조 개선과 고용유연성 제고 같은 개혁 과제를 해결하는 작업에 더욱 속도를 내야 할 것이다. 노조공화국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상황에서 노동계도 변화하지 않으면 고립과 도태를 면치 못할 것임을 명심해 개혁의 길에 동참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