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범 위험이 높은 고위험 성범죄자가 출소할 경우 국가 지정 시설에만 거주하도록 하는 이른바 ‘한국형 제시카법’이 본격 추진된다. 정부는 아동을 대상으로 하거나 상습적인 성범죄를 저지르는 이들에 대해, 거리를 기준으로 한 주거 제한 방식 대신 출소 뒤 국가 시설에서 거주하게 하는 내용의 입법을 도입하기로 했다.
24일 법무부는 이 같은 내용의 ‘고위험 성폭력 범죄자의 거주지 제한 등에 관한 법률 제정안’과 ‘성폭력 범죄자의 성충동 약물치료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26일 입법예고한다고 밝혔다.
현재는 고위험 성범죄자가 출소하더라도 거주지를 통제할 방법이 없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은 이날 정부과천청사에서 열린 브리핑에서 “조두순, 김근식 등 끔찍한 성폭력 범죄를 저지른 고위험 성범죄자들이 출소할 때마다 이들의 거주지 인근 지역 주민들은 많은 우려와 불안감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고 입법 배경을 설명했다.
제정안은 거주지 제한 명령을 받은 성범죄자의 거주지를 ‘국가, 지방자치단체 또는 공공기관이 설치·운영하는 시설’로 규정했다. 출소 후 거주지를 자유롭게 선택할 수 없고 국가 등이 운영하는 시설에서 살게 된다는 의미다. 기존 전자발찌 착용자에게 적용됐던 특정 시간 외출 금지 등 조치도 그대로 포함된다.
당초 법무부는 제시카법의 원형인 미국 플로리다주와 같이 유치원과 학교 등 시설로부터 일정 거리 기준을 두고 거주 제한을 적용하는 방식을 검토했지만 최종적으로는 반영하지 않았다.
한 장관은 “국토가 좁고 수도권 인구 밀집도가 높은 우리나라 현실상 몇몇 부작용이 우려됐다”며 “실질적으로 거주가 가능한 지역이 부족해 노숙인으로 전락하게 됨으로써 오히려 해당 지역의 재범 위험성이 증가할 수 있다”고 말했다.
법무부는 고위험 성범죄자의 재범 위험성을 낮추기 위해 성충동 약물치료도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현행 성충동약물치료법은 기소 단계에서 검사의 재량으로 약물치료를 청구하게 되는데, 개정안은 고위험 성폭력자에 대해서는 의무적으로 전문의가 진단한 뒤 진단 결과에 따라 치료 명령을 청구하도록 했다. 2011년 제도 시행 이후 현재까지 집행된 75명 중 재범자가 단 1명에 불과할 정도로, 재범 억제 효과가 높다는 게 법무부 측 설명이다.
한 장관은 한국형 제시카법 도입과 관련한 이중처벌, 거주 이전의 자유 침해 논란에 대해선 “보안처분은 형벌이 아니라 이중처벌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헌법의 근본 가치를 훼손하는 정도의 기본권 제한이 아니다”고 답했다. 한 장관은 고위험 성범죄자들의 선고 내용을 분석해보면 “입이 쩍 벌어지는 나쁜 놈들”이라며 “미국에서 ‘섹슈얼 프레데터’라고 하는 그런 약탈적 범죄자에 한정해서 운영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