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정부가 대(對) 중국 인공지능(AI) 반도체 수출통제 조치를 앞당겨 시행했다. 반면 중국은 6년 만에 미국산 농산물을 대량 구매하는 등 정상회담 논의 속 양국 간 화해 무드도 감지된다.
미국 폭스 비즈니스 등에 따르면 24일(현지시간) 미국 반도체 업체 엔비디아는 증권거래위원회(SEC) 공시를 통해 전날 미국 정부로부터 반도체 수출통제 조치가 즉시 시행된다는 통보를 받았다고 밝혔다. 해당 발표에는 기존 조치 때 통제 대상에서 제외됐던 엔비디아의 저사양 AI칩 A800과 H800 등도 통제 대상에 포함하는 내용이 담겼다. 이들 칩은 앞서 엔비디아가 대중국 수출 통제를 피하기 위해 성능을 낮춘 제품이다. 엔비디아 측은 조치 시행이 앞당겨진 배경에 대해서는 별도로 언급하지 않았다.
로이터통신은 중국 대표단이 미국 아이오와에서 열린 미국 대두협회의 판촉 행사에 참석해 2017년 이후 처음으로 수십억달러 상당의 대두 등 미국산 농산물을 구매하기로 했다고 25일 로이터통신이 보도했다. 수년 간 콩과 옥수수 등 미국산 농산물을 대신해 브라질과 우크라이나 등에서 수입을 늘려온 중국이 미국산 대량 구매에 나선 것은 이례적이라고 통신은 전했다.
이는 다음달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에이펙) 정상회의를 계기로 미·중 정상회담 개최 논의가 진행되는 가운데 양국 간 화해 흐름을 이어가기 위한 의도라는 관측이 나온다.
중국 관영 글로벌타임스는 왕이 중국 공산당 중앙정치국 위원 겸 외교부장의 방미를 앞두고 경제 제재 해재 등 중국의 요구사항을 짚었다. 매체는 이날 전문가들의 발언을 인용해 “중국은 추가관세 철폐, 중국 기업과 첨단 산업에 대한 제재 해제, ‘하나의 중국’ 원칙 이행 등에서 명확한 요구를 해왔다”며 “양국 간의 잦아진 상호작용으로 긍정적인 신호가 나오고 있지만 중국이 우려하는 사안들이 해결될 수 있는지가 미국의 진정성을 평가하는 중요한 척도가 될 것”이라고 전했다.
한편 중국은 최근 개최한 일대일로(육·해상 실크로드) 정상 포럼에서 아시아·아프리카·남미 10여개국과 핵심 광물 협정을 체결했다고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이날 보도했다. 중국이 최근 흑연 수출을 통제하는 등 미·중 간 핵심 광물에 대한 경쟁이 가열되는 가운데 중국은 필수 원자재에 대한 안정적인 공급망 확보를 위해 일대일로 회원국들과 파트너십 구축 노력을 강화하고 있다고 SCMP는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