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재, 에이즈 전파 매개 처벌은 합헌… “국민 건강 보호”

유남석 헌법재판소장(가운데)이 26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열린 위헌 제청 및 권한쟁의 심판 선고를 시작하고 있다. 연합뉴스

 

헌법재판소가 인체면역결핍바이러스(HIV)에 감염된 사람이 다른 사람에게 이를 전파 매개할 경우 처벌하도록 하는 법률조항이 헌법에 어긋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26일 헌법재판소는 후천성면역결핍증(에이즈) 예방법 제19조 등에 대한 위헌제청 사건에서 재판관 4대 5 의견으로 합헌 결정을 했다고 밝혔다.

 

위헌 의견을 밝힌 이들이 5명으로 합헌 의견보다 많았지만, 위헌 결정을 위한 심판정족수인 6명을 채우지 못해 합헌 결정이 내려졌다.

 

앞서 A씨는 에이즈 감염 사실을 숨긴 채 성행위를 하다가 에이즈를 전파한 혐의로 기소됐다. 이 사건 재판 과정에서 법원은 처벌 근거 법률인 에이즈 예방법 제19조, 제25조 제2호에 대해 위헌법률심판을 제청했다.

 

심판 대상이 된 해당 법 제19조는 ‘감염인은 혈액 또는 체액을 통해 다른 사람에게 전파매개행위를 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제25조 제2호는 벌칙 조항으로 제19조를 위반한 사람을 3년 이하의 징역에 처하도록 한다.

 

헌재는 해당 조항이 죄형법정주의의 명확성원칙을 위반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헌재는 “비감염인의 건강권을 효과적으로 보장하기 위해서는 감염인과 성행위를 하는 상대방의 자기결정권 보장이 전제돼야 한다”며 “이를 고려하면, 심판대상조항은 ‘의학적 치료를 받아 인체면역결핍바이러스의 전파 가능성이 현저히 낮은 감염인이 상대방에게 자신이 감염인임을 알리고 한 행위’에는 적용되지 않는 것으로 해석함이 타당하다”고 밝혔다.

 

이어 “감염인의 제한 없는 방식의 성행위 등과 같은 사생활의 자유 및 일반적 행동자유권이 제약되는 것에 비해 국민의 건강 보호라는 공익을 달성하는 것은 더욱 중대하다”며 “과잉금지원칙을 위반해 감염인의 사생활의 자유 및 일반적 행동자유권을 침해하지 않는다”고도 했다.

 

반면 유남석·김기영·문형배·이미선·정정미 재판관은 일부위헌 의견을 냈다.

 

이들은 “심판대상조항은 감염인이나 전파매개행위라는 용어에 대해 어떠한 예외를 규정하거나 금지 및 처벌의 범위를 한정하는 표지를 두고 있지 않다”며 “자신의 감염상태를 알고 있는 감염인이라면 치료 이력을 고려하지 않고 일률적으로 그의 전파매개행위를 금지 및 처벌 대상으로 삼고 있음이 분명하다”고 봤다.

 

그러면서 “의료인의 처방에 따른 치료법을 성실히 이행하는 감염인의 전파매개행위까지도 예외 없이 전부 금지 및 처벌 대상으로 포함함으로써, 이들의 사생활의 자유 및 일반적인 행동자유권을 감내하기 어려운 정도로 제한하고 있다”며 “반면, 이들의 기본권을 제한함으로써 얻을 수 있는 인체면역결핍바이러스의 전파 방지 효과는 불분명하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