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정부가 단계적인 의대 정원 확대 방침을 발표함에 따라 2025학년도에 이어, 현재 고등학교 1학년이 치르는 2026학년도 입시부터는 신설 의대까지 더해져 의대 입학 정원이 크게 늘 전망이다.
정부는 우선 대학 수요 조사 및 점검 등을 통해 기존 의대를 중심으로 의대 정원을 늘리고, 이후에도 지역 의대 신설 등을 통해 의대 정원을 단계적으로 확대할 방침이다.
정부는 현재 정원 50인 이하 소규모 의대(미니 의대)를 우선순위에 둘 것으로 보인다. 앞서 조규홍 복지부 장관은 지난 25일 열린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정원 50인 이하의 소규모 의대(미니 의대)의 경우 ‘교육을 더 효율적으로 하려면 정원이 최소 80명 이상 돼야 한다’는 전문가들의 의견을 대통령에게 보고했다”고 밝힌 바 있다.
올해 기준 미니 의대는 전국 의대 40곳 중 17곳이다. 이 중 7곳은 정원이 49명이고, 나머지 10곳은 40명이다. 만약 이들 대학에 모두 80명까지 증원을 한다면 617명을 더 늘려야 한다. 이들 의대 중 상당수는 당장의 교수 충원이나 시설투자 없이도 80명을 넘어 100명까지 정원을 늘려도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미니 의대 정원이 100명까지 확대된다면 늘어나는 정원은 957명으로 거의 1000명에 가까워진다. 여기다 미니 의대가 아닌 의대 23곳 중 교육 여건이 충분한 대학들까지 증원 신청을 한다면 2025학년도 의대 정원은 1000명을 훌쩍 넘길 가능성도 적잖다.
한 지방 대학병원 관계자는 “전국 의대 중 정원을 늘리고 싶지 않은 대학은 한 곳도 없을 것”이라며 “상당수 의대는 증원 여력이나 조건을 갖추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대학 신설 수요 역시 적지 않다. 지난해 12월 교육부가 복지부에 전달한 ‘시도별 의대 정원 신증설 수요’에 따르면 부경대와 인천대, 공주대, 군산대, 목포대, 순천대, 안동대, 창원대 등 전국 10개 대학이 교육부에 의대 신설을 요청했다. 카이스트와 포항공대 역시 의과학자 중심의 의대 신설 의견을 전달했다. 다만 의대 신설을 위해서는 교수 확보나 교육 여건 등을 갖춰야 하기 때문에 준비된 대학에는 이르면 2026학년도부터 의대 정원이 배정될 수도 있다.
정부는 이렇게 늘어난 의사 인력을 지방이나 필수의료 분야로 유도하기 위한 정책패키지도 함께 준비하고 있다. 의사의 의료사고에 대한 형사처벌 특례를 중증이나 응급, 소아환자까지 확대하는 등 의료사고 부담을 덜고, 고난도·고위험 수술, 필수의료 분야 진료 등에 대한 수가도 크게 늘릴 전망이다. 정부는 구체적인 정원 확대 규모를 발표할 때 구체적인 패키지 내용도 함께 발표한다는 방침이다. 다만 지역의대나 지역의사제 등에 대해서는 아직 신중한 입장이다.
정경실 복지부 보건의료정책관은 이날 브리핑에서 “지역의사제에 대해 사회적으로 여러 가지 장단점이 제기가 되고 있기 때문에 도입 여부에 대해서 지속적으로 검토를 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지역의대 부분에 대해 수요조사를 할지 등은 별도로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복지부는 이날 대한의사협회(의협)와 제15차 의료현안협의체 회의를 열고 의대정원 문제 등을 논의했지만 의견차를 좁히지는 못했다. 의협 측은 의대 정원을 늘리는 것이 지방 및 필수의료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주장을 재차 강조한 반면 정부는 의사 인력 확충은 불가피하다는 입장으로 맞섰다. 양측은 정원 문제에 대해 신속한 논의를 진행하는데 공감하고 매주 회의를 열기로 했다.
한편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은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당장 의사 수급 불균형을 해소하려면 의대 입학 정원을 최소 1000명 이상 늘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2024년부터 소아 초진 최대 40% 수가 가산
고사 위기에 놓인 지역 분만과 소아진료 인프라를 살리기 위한 지원이 본격 시행된다. 정부는 12월부터 대도시가 아닌 지역 의료기관에서 하는 분만에 대해 최대 110만원을 추가 보상한다. 내년부터는 소아청소년과 의사가 소아 환자를 초진할 경우 최대 40% 가산된 수가를 적용하기로 했다.
보건복지부는 26일 건강보험 정책 최고 의결기구인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건정심)를 열고 이런 내용의 소아·분만 수가 개선 방안을 의결했다. 분만과 소아진료 수가 개선을 위해 각각 2600억원, 300억원의 건강보험 재정을 투입한다.
정부는 분만진료 수가를 높이고 지역에 따라 분만진료에 대한 보상을 강화한다. 지역수가를 도입해 특별·광역시가 아닌 시·군이나 특별·광역시 소속 자치군 등 지역 의료기관에 분만 한 건당 55만원을 보상한다. 산부인과 전문의가 상근하고 분만실을 보유한 의료기관에는 안전정책수가를 적용해 분만 한 건당 55만원을 추가 보상한다.
자연분만의 경우 분만료 기준 수가는 의원 79만원, 상급종합병원 78만원이다. 여기에 지역수가와 안전정책수가가 새로 도입되면 대도시를 제외한 지역 의료기관은 최대 110만원, 특별·광역시는 55만원을 추가로 지원받게 된다. 현재 고령 산모나 합병증이 동반되는 고위험분만의 경우 수가가 30% 가산되는데 이를 최대 200%까지 확대하기로 했다. 분만실에 의료진이 항상 대기하는 의료기관은 응급분만 수가(55만원)도 받을 수 있다. 다음 달 중 건보 고시를 개정해 12월부터 시행될 예정이다.
소아진료 정책 가산도 내년 1월 신설된다. 병·의원 소아청소년과를 대상으로 소아청소년과 전문의가 6세 미만 환자를 진료할 때 정책가산금이 지원된다. 올해 의원 기준 초진진찰료는 1만7320원인데 1세 미만의 경우 7000원, 1∼6세 미만의 경우 3500원을 추가로 받게 된다. 정책 가산이 적용됨에 따라 환자 본인부담금도 소폭 오른다. 1세 미만은 400원(의원)에서 1400원(상급종합병원)까지 오르고, 6세 미만은 700∼1500원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