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은 26일 ‘박정희 전 대통령 서거 44주기 추도식’에서 1년6개월 만에 박근혜 전 대통령과 만났다. 두 사람은 보수계 인사가 대거 참석한 추도식이 다 끝난 뒤 수행 인원 없이 둘이서만 박 전 대통령 묘소를 참배하며 오솔길을 함께 걸었다.
윤 대통령은 지난해 4월 당선인 시절 박 전 대통령 사택을 찾아 50분간 대화를 나눴지만 취임 후 대면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두 사람이 인사를 나누고 단독 대화를 하는 모습을 보여주며 보수 진영의 ‘집토끼’(전통 지지층) 결집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윤 대통령은 이날 오전 사우디아라비아·카타르 순방을 마치고 귀국하자마자 추도식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박 전 대통령이 오전 10시54분쯤 유영하 변호사와 함께 도착했고, 윤 대통령은 4분 뒤 도착해 박 전 대통령에게 다가가 가장 먼저 인사를 했다.
이어 참석자들은 박정희 전 대통령이 국민교육헌장을 낭독하는 목소리를 청취한 뒤 군악대의 추모곡 연주를 들었다. 조총 21발 발사와 묵념도 이어졌다.
박 전 대통령은 이어진 유족 대표 인사를 통해 “아버지께서 떠나신 지 44년이 지났다. 오랜 세월이 지났지만 저는 아직도 아버지께서 곁에 계신 것만 같다”며 “아버지께서 일생을 바쳐 이루고자 하셨던 ‘잘사는 나라’가 이루어지고 있는 것을 느끼면서 살아가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힘을 모아 번영과 행복을 누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 전 대통령은 뚜렷한 정치적 메시지는 내지 않았지만 “잘사는 나라가 이뤄지고 있다”고 말하며 윤 대통령의 국정운영에 대해 우회적으로 긍정 평가를 하고 힘을 실어준 것으로 평가된다.
윤 대통령과 박 전 대통령은 추도식이 끝난 뒤 다른 유가족이나 수행 인원 없이 박정희 전 대통령과 육영수 여사가 안장된 묘소로 걸어올라갔다. 개인적 안부뿐 아니라 정치 관련 이야기를 나눴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한편 이날 경기 파주시 동화경모공원에선 노태우 전 대통령 2주기 추도식이 열렸다. 노 전 대통령 추도식에는 국민의힘 김기현 대표와 윤재옥 원내대표, 문희상 민주당 상임고문 등 여야 인사가 참석했다. 김영삼(YS) 전 대통령 차남 김현철 김영삼대통령기념재단 이사장과 김대중(DJ) 전 대통령의 차남 김홍업 김대중아태평화센터 이사장 등 전직 대통령 아들도 함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