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서 와, 과학화 훈련 쉽지 않지?"… 드론 전쟁도 재현한 KCTC 현장을 가다 [밀착취재]

“탕, 타탕, 타타타타!”

 

강원도의 어느 깊은 산속. 때아닌 총성이 곳곳에서 울려퍼졌다.

 

하늘에선 드론이 바쁘게 날아다니고, 폭음탄이 잇따라 터졌다. 병사들은 소총을 앞으로 겨눈 채 신속하게 움직이며 끊임없이 총격을 가했다. 

 

지난 23~26일 강원 인제 육군 과학화전투훈련단에서 열린 제1회 국제 과학화전투 경연대회(K-ICTC)에서 벌어진 모의 교전 훈련 경연의 한 장면이다. 

 

한국은 육군 과학화전투훈련단 전문대항군부대와 더불어 15·21사단과 해병 1사단이 소대 규모로 각각 참가했다. 미국, 영국, 우즈베키스탄, 캄보디아도 30명씩 파견했다. 

 

이들은 마일즈 장비를 착용한 채 시가지 전투 훈련장 또는 산악지역 전투 훈련장에서 모의 교전을 벌였다. 각국의 순위를 결정하지는 않았지만, 참가자들은 강한 승부욕을 드러내며 실전 못지 않은 전투를 치렀다.

미군 장병들이 시가지 전투훈련장에서 시가전 훈련을 하고 있다. 육군 제공

◆상상이 현실로…한미 군대가 맞붙었다

 

지난 26일 오전 취재진이 찾은 K-ICTC 경연대회장. 한국군 15사단과 미 2사단 2스트라이커 여단 소속 장병들이 산악지역 전투훈련장에서 격돌했다.

 

각각 30명씩으로 구성된 한미 장병들은 훈련장에서 작전 준비에 들어갔다. 한국군은 훈련장 아래에서 위쪽으로 공격할 채비를 했고, 미군은 훈련장 위쪽에서 방어 태세를 갖췄다.

 

훈련 개시 시간이 되자 훈련통제관들의 통제 하에 전투 훈련이 시작됐다.

 

60㎜ 박격포를 모사한 폭음탄이 공중에서 터지고, 한국군 장병들이 본격적인 공격에 돌입했다. 장병들은 연막탄을 던져 미군의 시야를 가렸다. 이후 앞에 있는 장애물로 전진해 몸을 숨겼다. 

 

방어 역할인 미군은 훈련장 좌우에 설치한 기관총을 쏘면서 한국군을 저지했다. 전투 훈련 상황을 지켜보던 과훈단 관계자는 “고지에서 기관총을 쏘는 것만으로도 공격 측에는 상당한 위협”이라고 설명했다.

 

한국군도 장애물 뒤에서 총격을 가하면서 전진을 시도했다. 훈련장 중간쯤에 설치된 장애물까지 다가간 장병들은 또다시 연막탄을 터뜨렸고, 일부는 훈련장 오른쪽 경계선 부근에서 움직이며 우회를 시도했다.

 

교전이 치열해지면서 방탄헬멧을 벗는 장병들이 발생했다. 사망 판정을 받은 장병들이었다.

 

미군은 기관총을 계속 쏘면서 한국군의 움직임을 저지했다. 고지 점령전에선 공격측이 방어하는 쪽보다 훨씬 불리하다는 말이 실감나는 순간이었다. 

한국군 장병들이 산악지역 전투훈련장에서 산악전 훈련을 하면서 사격을 하고 있다. 육군 제공

고지 위쪽을 살펴보니 미군 일부 병력이 빠르게 훈련장 왼쪽으로 이동했다. 

 

미군의 의도에 궁금증이 생기던 순간, 훈련장 중턱 왼쪽에서 미군들이 아래쪽으로 돌격해왔다. 방어진지를 고수하는 대신 적극적인 행동으로 공격 측을 압박한 셈이다.

 

잠시 후 훈련은 종료됐다.

 

대회에 참가한 15사단 김기현 중사는 “그동안 연마했던 전투기술을 마음껏 펼쳐볼 기회였다”며 “소대원, 분대원들과 함께 전술을 구상하고 토의하며 팀워크와 전우애를 높일 수 있었던 의미 있는 대회였다”고 소감을 밝혔다.

 

K-ICTC에 참가한 장병들은 한국 육군이 과학화훈련에 사용하는 마일즈 장비를 사용했다. 

 

마일즈 장비는 화기별 사거리와 특성을 그대로 모사하는 발사기, 발사된 레이저 정보를 정밀 감지하는 감지기, 피해 처리·통신 기능을 담당하는 훈련자 유닛 등으로 구성된다. 실탄 사격 없이도 실전적 훈련 상황을 조성해 효과적인 교전훈련을 가능하게 해준다.

 

마일즈 장비를 통해 수집된 데이터들은 이번 대회의 평가 자료로도 활용됐다. 목표달성 여부와 생존율, 교전수칙 준수, 전술적 상황에 부합한 전투행동을 했는지 등을 종합적으로 분석한 결과를 참가팀에게 제공했다.

 

각 팀의 순위는 결정하지 않는 대신 우수한 전과를 달성한 장병을 전투영웅으로 선발했다.

한 미군이 기관총을 지닌 채 차량 안에서 전방을 살피고 있다. 육군 제공

◆한미 연합군과 전문대항군이 맞붙었다

 

이날 오후에는 한미 연합부대와 육군 과훈단 전문대항군이 시가지 전투훈련장에서 맞붙었다.

 

취재진은 관람대에서 훈련을 지켜봤다. 관람대에 설치된 대형 모니터에선 양측의 작전 준비 과정이 생생하게 전달됐다.

 

훈련장은 북한의 일반적인 마을과 유사하게 만들어졌다. 한국 육군 25사단 아미 타이거 중대와 미군 스트라이커 여단 소대로 구성된 한미 연합군 120명은 훈련장 외곽에서 작전을 짜면서 공격 준비에 들어갔다.

 

북한군 보병부대와 유사한 수준의 화력을 갖춘 전문대항군 60명은 훈련장 서북쪽 3층 건물과 그 옆에 있는 건물에 1차 방어선을 구성했다. 옥상에 있는 대항군들은 대전차화기 등을 갖췄다.

 

1차 방어선 뒤쪽에는 교차로가 있었다. 대항군은 교차로와 인접한 건물 5곳에 병력을 배치했다.

 

공격에 앞서 한미 연합군은 훈련장 상공에 무인정찰기를 투입, 정찰을 시작했다. 미군 무인정찰기 RQ-11 레이븐과 한국군 근거리정찰드론이 훈련장 상공을 비행했다. 

미군 장병들이 시가지 전투훈련장에서 건물 내부 수색을 하면서 계단을 오르고 있다. 육군 제공

무인기들이 수집한 정보는 대항군의 실제 배치와 상당히 유사한 수준이었다. 시가전에서 무인기의 위력이 실감이 됐다.

 

대항군들도 드론의 움직임을 방관하진 않았다. 레이븐이 비행하자 대항군은 건물 안으로 숨었고, 근거리정찰드론이 접근하자 총을 쏘면서 격추를 시도했다.

 

한미 연합군 K808 차륜형장갑차와 스트라이커 장갑차가 훈련장으로 돌진했다. 하늘에선 한국군 소총사격드론과 유탄발사드론이 공격을 시작했고, 박격포를 모사한 폭음탄이 터졌다.

 

3층짜리 건물 옥상에 있던 대항군들은 대전차화기로 장갑차를 공격했다. 한미 보병들은 흩어져서 이동하며 총격을 가했고, 대항군들도 사격하면서 치열한 교전이 벌어졌다.

 

3층 건물에 있던 대항군들은 숙련된 전투기술을 선보이며 한미 연합군의 공격을 끈질기게 막아냈다. 반면 인접한 작은 건물은 미군이 신속하게 진입하면서 실내 전투가 벌어졌다.

 

이같은 모습은 관람대에 설치된 대형 모니터를 통해 실시간 중계됐다. 

 

과학화훈련단장 박정택 소장을 비롯한 군 관계자들은 모니터를 주시하며 전투 훈련 상황을 주시했다. 

미군 장병들이 시가지 전투훈련장에서 이동하고 있다. 육군 제공

박 소장은 신속 대응에 중점을 둔 미군 사격 방식과 한국군의 사격 방식을 비교하는 등 미군 전투 방식에 관심을 보였다.

 

전투 시작 20여분이 지나자 초반부터 강하게 저항했던 3층 건물의 대항군도 제압됐다. 미군은 이 건물에 기관총 2정을 설치, 다른 건물에 있는 대항군을 향해 사격을 하며 아군의 진격을 엄호했다.

 

한국군은 다목적무인차량을 출동시켰다. 마을 입구로 진입한 다목적무인차량은 중환자를 태운 뒤 안전한 곳으로 옮겼다.

 

이로부터 10분 뒤엔 장갑차들이 마을로 진입했다. 장갑차에서 하차한 보병들이 건물로 진입, 대항군을 소탕했다.

 

전투 시작 40여분이 지나면서 상황은 한미 연합군에 유리해졌다. 대항군은 지휘소에 고립됐다. 대항군 지휘소 맞은편 건물을 점령한 한미 연합군은 옥상에서 지휘소에 사격을 감행했다.

 

지휘소 뒤쪽으로는 한미 연합군이 1층으로 침투, 내부에 있던 대항군을 공격했다. 지휘소 2층에 있던 대항군 지휘관을 사살하면서 상황은 종료됐다.

 

아미타이거 부대 5중대장 최정일 대위는 “과거에는 적의 정보를 확인하는데 아군의 피해를 감수할 수밖에 없었지만, 드론을 활용해 정찰을 하고 첨단 타격장비로 공격해 작전 성과를 극대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미군과 한국군에서 쓰이는 블랙 호넷 드론. 작지만 우수한 성능을 지녔다. 박수찬 기자

이번 대회에 참가한 장병들은 각국의 지상 소부대 전술과 교전 노하우를 접하고 배우는 기회로 활용했다.

 

과훈단 훈련2처장 지성준 대령은 “각국이 모여서 경연대회를 하니 서로가 서로의 노하우를 보고 배운다. 캄보디아군과 맞붙었던 미군이 그 직후부터 캄보디아 전술을 썼다”고 설명했다.

 

각국의 경연을 지켜봤던 그는 미군이 사용했던 초소형 드론 ‘블랙 호넷’이 시가지 전투훈련장에서 큰 위력을 발휘했다고 말했다.

 

한국군도 일부 운용중인 블랙 호넷 드론은 무게가 18g에 불과하다. 회전날개 길이 12㎝, 동체 길이 18㎝로 매우 작다.

 

하지만 성능은 매우 우수하다. 운용거리는 1.6㎞ 이상이다. 병사가 손으로 살짝 띄우면 25분 넘게 비행이 가능하며, 제자리 비행도 한다. 열감지 기능도 있다. 소음이 거의 없어서 드론에서 수m만 떨어져도 존재를 인지하기가 쉽지 않다.

 

지 대령은 “시가지 전투훈련장에서 미군이 건물 창문으로 블랙호넷을 방에 투입했는데, 그 방에 있던 병사는 드론이 있었다는 것을 몰랐다. 그만큼 조용하고 크기가 작다”며 “미군은 드론정찰을 통해 적군의 위치를 파악하고 움직이므로 작전 효과가 더 큰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