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지 문제로 89세 아버지와 말다툼 하던 50대 아들이 아버지를 다치게 한 혐의로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피해자인 아버지는 공판이 진행되는 도중 사망해 재판결과를 보지 못한 채 세상을 떠났다.
춘천지법 형사1부 심현근 부장판사는 존속폭행 혐의로 기소된 A(55)씨에게 1심과 같은 벌금 70만원을 선고했다고 29일 밝혔다.
판결문 등에 따르면 A씨는 지난 2021년 12월 11일 오후 5시쯤 강원 평창군 집에서 아버지 B씨와 토지 문제로 말다툼하다 집을 나섰다. 그러자 B씨가 A씨를 손으로 붙잡았고 A씨가 이를 뿌리치는 과정에서 B씨는 수차례 넘어져 다쳤다.
사건 직후 B씨는 자필로 고소장을 작성해 경찰에 제출하고 두 차례에 걸쳐 경찰서에 출석하는 등 의지를 보였으나 숨졌다.
재판에 넘겨진 A씨는 “아버지 B씨와 신체접촉이 없었고 폭행한 사실도 없다”며 혐의를 모두 부인했다.
1심을 맡은 춘천지법 영월지원 서진원 판사는 “피해자의 진술은 일관되고 구체적인 반면 피고인의 진술은 일관적이지 않다”며 “사건 발생 당시 작성된 병원 진단서에 ‘자식에게 폭행·폭언을 당했다고 함’이라는 내용이 적힌 점 등을 고려하면 A씨가 직계존속인 아버지를 폭행한 사실이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이어 “A씨는 피해자가 살아 있을 때 피해자에게 용서를 받지 못했다”면서도 “피해자가 먼저 피고인을 잡았고, 피고인이 이를 뿌리치는 등 소극적으로 유형력을 행사한 점, 도로교통법 위반으로 벌금형을 선고받은 것 외에는 처벌받은 전력이 없는 점 등을 고려했다”며 벌금 70만원을 선고했다.
A씨는 아버지를 폭행한 사실이 없다며 항소했다. 사건을 다시 살핀 항소심 재판부는 “공소사실을 유죄로 판단한 원심판결은 정당한 것으로 수긍할 수 있다”며 기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