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차기 대통령 선거 출마 가부를 결정지을 소송 심리가 내주 콜로라도주와 미네소타주에서 시작된다. 28일(현지시간) 현지 언론 보도에 따르면 내년 대선 투표용지에서 ‘트럼프’라는 이름을 지우고자 하는 이 소송은 헌법을 수호하기로 맹세했던 공직자가 모반이나 반란에 가담할 경우 다시 공직을 맡지 못한다고 한 헌법 14조 3항을 근거로 한 것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부추긴 지지자들이 그의 대선 패배를 뒤집으려고 2021년 1월6일 연방의회에서 폭동을 벌인 게 반란에 해당하는지가 소송의 핵심 쟁점이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 사이의 전쟁 발발 뒤 이스라엘을 전폭 지지한 대가로 미국 내 무슬림과 아랍계 분노를 샀다. 아랍계는 전통적으로 민주당을 지지했지만, 바이든 대통령이 팔레스타인 민간인 피해를 막기 위해 충분히 노력하지 않는다는 불만이 쌓이면서 내년 대선에서 지지를 철회하겠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2024년 11월5일에 치러지는 미국 대선이 1년여 앞으로 다가왔다. 바이든 대통령과 트럼프 전 대통령 간의 ‘리턴 매치’ 가능성이 유력한 상황이지만 두 유력 후보가 모두 궁지에 몰려 있다. 고령의 바이든 대통령은 우크라이나와 중동에서의 전쟁으로 인한 국외 이슈, 지속하는 인플레이션 문제 등에 휩싸여 지지율이 시원치 않다. 성 추문 입막음 의혹, 백악관 기밀문서 유출, 2021년 1·6 의회 폭동 선동, 조지아주 대선 결과 뒤집기 시도까지 4개 사건에서 91개의 범죄 혐의로 기소된 트럼프 전 대통령은 내년 대선까지 ‘사법리스크’를 안고 법정을 드나들어야 한다.
그럼에도 현재까지 양 당에서 두 전·현 대통령을 위협할 유력 대안 주자는 눈에 띄지 않는다. 일부 무명 주자가 경선에 도전 중인 민주당에서는 바이든이 중도 하차할 경우에나 주요 후보군 면면이 정해질 것으로 보인다. 공화당에선 경선 주자였던 마이크 펜스 전 부통령이 28일 중도 포기를 선언하면서 트럼프 대세론이 더 힘을 받을 태세다.
미국 대선 역사상 두 번째 전·현 대통령의 리턴 매치가 내년 대선 때 현실화할지 아니면 각 당내 혹은 제3지대에서 등장한 신성(新星)이 새로운 페이스를 펼칠지 세계가 주목하고 있다. 미국 차기 대선이 한국에 미칠 후폭풍도 상당할 것으로 전망된다. 미 대선판의 현재 상황과 향후 전망, 상황별 대비책 등을 3회에 걸쳐 짚어 본다.
◆바이든도 트럼프도 싫다… 비호감 선거
미국 유권자들은 차기 대선에 벌써 피로감을 느끼고 있다. 올해 80세인 바이든 대통령은 1972년부터 36년간 상원의원을, 8년 동안 부통령을 지낸 ‘올드보이’의 전형이다.
2024년 대선에 당선될 경우 임기를 마치는 2028년에는 86세가 된다. 취임 이후 줄곧 건강 이상설 등이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바이든 대통령의 건강이 내년 대선의 가장 큰 변수라는 평가가 나올 정도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지난 7월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는 바이든 대통령이 재선에 도전하기에는 나이가 너무 많다는 응답이 73%에 달했다.
국정 지지율도 줄곧 바닥을 치고 있다. 28일 미국 여론조사기관 갤럽 조사(10월 2∼23일, 미국 성인 1009명 대상) 결과, 바이든 대통령의 지지율은 37%로 취임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바이든 대통령의 지지율은 2021년 7월 이후 현재까지 단 한 번도 50%를 넘지 못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다시 대선에 나선 것도 피곤하기는 마찬가지다. 재선에 실패한 대통령이 다시 대선에 나선 것은 1912년 시어도어 루스벨트 전 대통령 이후 처음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미 역사상 최초로 기소되고, 머그샷(범인 식별 사진)을 촬영한 전직 대통령으로 기록되기도 했다.
◆리턴 매치 유력… 트럼프 박빙 우세
미국 국민의 피로감과는 별개로 인기 없는 전·현직 대통령의 ‘리턴 매치’ 가능성은 점점 더 커지고 있다.
민주당의 경우 이변이 없다면 바이든 대통령이 후보로 나서는 것이 확실시된다. 2019년 민주당의 대선 후보 토론회는 여론조사에서 2% 이상의 지지를 받은 후보자들이 두 그룹으로 나뉘어 이틀에 걸쳐 토론회를 실시했으나 올해 민주당은 토론회를 개최하지 않을 예정이다.
바이든 대통령의 후보 선출이 유력하지만 ‘바이든 필패론’이 이어진다. 민주당 딘 필립스 연방 하원의원은 27일 내년 대선 출마를 선언했다. 그는 “바이든 대통령이 미국을 위해 훌륭한 일을 했지만, 이번 대선은 과거에 대한 것이 아니며 미래에 관한 선거”라며 세대교체론을 꺼내 들었다.
트럼프 전 대통령 역시 공화당 후보 가운데 압도적인 지지율을 기록 중이다. 프랭클린앤드마셜 대학이 이날 내년 대선의 경합주 가운데 한 곳인 펜실베이니아주 공화당 유권자를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 트럼프 전 대통령은 55%의 지지율을 얻어 2위인 론 디샌티스 플로리다 주지사를 41%포인트나 앞섰다.
공화당 차기 주자로 일찌감치 주목을 받았던 디샌티스 주지사가 별다른 두각을 나타내지 못하는 가운데 공화당 후보 중에는 니키 헤일리 전 유엔대사가 지지율을 끌어올리고 있다. 헤일리 전 대사는 여론조사에서 9%를 얻어 8월 조사 결과의 두 배 가깝게 지지율이 상승했다.
바이든 대통령과 트럼프 전 대통령의 양자 대결을 가정한 각종 여론조사에서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박빙 우세를 기록하고 있다. 하버드대 미국정치연구소(CAPS)·해리스폴이 21일 발표한 여론조사(10월 18·19일, 미국 등록유권자 2116명 대상)에 따르면 ‘오늘이 대선일이라면 두 사람 중 누구에게 투표하겠느냐’는 질문에 바이든 대통령이 41%, 트럼프 대통령이 46%로 나타났다.
◆케네디 ‘깜짝’ 부상에 제3 후보 돌풍 가능성도
‘제3 후보’ 돌풍 가능성도 조심스럽게 제기된다. 앞서 인용한 하버드대 CAPS 조사 결과에 따르면 민주당을 탈당해 무소속 출마한 로버트 F 케네디 주니어와 바이든 대통령, 트럼프 전 대통령의 3자 가상대결에서 케네디 후보가 19%의 지지율을 기록하며 제3 후보로 떠올랐다. 리턴 매치에 대한 유권자 피로도가 제3 후보에게 쏠렸다는 분석이다.
중도 성향 정치 단체 ‘노레이블스(No Labels)’도 독자 대선 후보를 내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