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27일 공석인 지명직 최고위원에 충청 출신 여성인 친명(친이재명)계 박정현 전 대전 대덕구청장을 임명했다. 정책위 의장에는 친이낙연계로 분류되는 호남 출신 3선 이개호 의원을 임명했다. 민주당은 “지역 안배와 당내 통합을 위한 이 대표의 의중이 반영된 인사”라고 설명했지만 군색하다. 비명(비이재명)계 이 의장을 발탁해 구색을 맞췄을 뿐 비명계 송갑석 최고위원이 이 대표 체포동의안 가결 여파로 자진사퇴한 자리를 친명계 원외 인사로 채운 것이기 때문이다. 이 대표가 지난 23일 당무 복귀 첫 일성으로 ‘통합’을 외치고선 외려 친명 지도부 색채를 강화한 것이다.
비명계는 이번 인선의 의도를 의심한다. 박 최고위원이 내년 4월 총선에서 비명계 박영순 의원 지역구(대전 대덕) 출마를 준비하는 만큼 ‘비명계 찍어내기’가 아니냐는 것이다. 충청권 배려 차원이라면 박영순 의원도 있고, 강훈식·조승래 의원 등 계파색이 옅은 인사들도 있는데 굳이 박 최고위원을 임명한 것을 보면 비명계가 반발하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이 대표가 당장은 당의 단합을 위해 비명계 의원들을 손보지는 않겠지만 총선 공천 물갈이를 통해 솎아낼 것이라는 당내 의구심은 여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