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를 떠나 野로 간 ‘이태원 주민’ 용산구의원 “국가는 그때 어디에 있었나”

김선영 더불어민주당 서울 용산구의원, MBC 라디오에서 “어른들이 잘못한 것”
지난해 지방선거 앞두고 팟캐스트에서는 “깨끗하고 바른 정치 실현 위해 출마했다” 말하기도
김선영 국민의힘 용산구의원(왼쪽에서 세 번째)이 지난 27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국민의힘 탈당과 더불어민주당 입당 선언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스1

 

서울 이태원 참사 1주기를 앞두고 국민의힘을 탈당해 더불어민주당으로 당적을 옮긴 김선영 용산구의원이 신념에 따라 이처럼 결정했다고 30일 밝혔다.

 

김 구의원은 이날 오전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어른들이 잘못한 거다, 우리가 잘못한 거다(라는 생각이 있었다)”라며 “청년들은 놀 권리가 있고 당연히 즐길 권리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국가는 그때 어디 있었고 정부는 어디 있었나”라며 “구청장은 어디 있었는지 그런 생각이 들었다”고 강조했다.

 

시민들에게 축제를 즐길 권리가 있고 정부는 그에 따른 안전한 울타리가 되어줘야 하지만, 참사 발생 후 좁게는 국민의힘 당협 그리고 넓게는 정부의 대응 등이 그동안 지켜온 ‘바른 정치’에 대한 자신의 소망과 거리가 멀었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앞서 김 구의원은 지난해 6·1 전국동시지방선거 용산라선거구 후보 당시 용산 지역 팟캐스트에 출연해 이태원2동 주민으로 자신을 소개하고, “멋진 경리단길이 있고 해방촌도 있고 따뜻한 주민들이 많이 사는 동네”라며 용산구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었다.

 

고려대 출신으로 외국 변호사 경력이 있는 김 구의원은 당시 방송에서 “한국에 들어와 박희영 구청장 후보님을 통해 정당 활동을 시작하게 됐고, 후보님을 통해 권영세 의원님도 만나 뵈면서 그분들처럼 깨끗하고 바른 정치를 실현하고자 선거에 출마하게 됐다”고 언급했다.

 

이준석 전 대표가 당 대표로 있던 시절 만든 공직후보자 기초자격평가(PPAT)에 대해서는 “치러보니 굉장히 어려운 시험이었다”면서도, “새로운 제도나 변화가 단점은 있겠지만 그래도 긍정적인 방향으로 가는 것 같다”고 혁신이 맞닥뜨려야 하는 모든 것들을 반겼다.

 

하지만 기대했던 당의 모습은 이태원 참사 이후 실망스러울 정도로 바뀌었고, 신념을 지키기 위해서는 탈당할 수밖에 없었다는 게 김 구의원의 생각으로 읽힌다.

 

이를 강조하듯 김 구의원은 MBC 라디오에서 “희생자에 대한 모욕적인 사진과 글이 당협 톡방에 있다”며, “이게 과연 보수인가 그런 고민이 너무 많이 들었다”고 주장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용산구의회 차원에서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위원회를 꾸리는 것으로 만장일치 합의됐던 것이 본회의 부결로 없던 얘기가 되면서 탈당 결심은 더욱 굳어진 것으로 보인다.

 

국민의힘 용산구의원들은 성명에서 “김 구의원은 두 달 치 직책 당비만 납부했다가 당원 규정 위반으로 국민의힘 서울시당 윤리위원회 징계 절차에 회부됐다”며 참사 1주기를 앞둔 김 구의원의 탈당은 다분히 정치적 의도가 있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김 구의원은 이를 두고 라디오에서 “제가 굳이 그 버스요금을 낼 필요가 있는지”라며, “왜 진즉 옳은 길로 가지 못했을까 하는 자책감이 저를 괴롭힌다”는 말과 함께 가능하다면 자기가 낸 당비도 돌려받았으면 한다는 반응까지도 더했다. 계속해서 “조금이라도 이 참사가 잊혀지지 않고 용산에 다시는 이런 일이 없기를 바란다”며 “제가 조금이라도 (야당에) 힘이 될 수 있다면 끝까지 최선을 다하겠다”고 의지를 다졌다.

 

김 구의원은 지난 27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 기자회견에서 “대형 참사 앞에서 일개 구의원인 저는 무기력했다”며 “구청장은 매년 해왔던 핼러윈 대책 회의를 했다며 진술했고, 구청장을 지지하는 일부 주민은 ‘젊은이끼리 놀다가 죽은 것’이라고 얘기했다”고 밝혔다. ‘구민만 바라보겠다’던 마음속 외침은 소리 없이 묻혔다며, 윤석열 대통령이나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그리고 지역구 국회의원이나 국민의힘 의원 등 누구도 국민에게 힘이 되어주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당론과 신념의 괴리가 자신을 괴롭혔다며 “저부터 바뀌어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탈당 결심 계기를 말한 후, “침묵하지 않고 진실을 말하며 신념을 지키기 위해서는 회유와 압박을 피해 당을 나와야만 했다”며 “구민을 위한 변화의 신호탄이라는 꿈을 접어야 할까 봐 두려웠다”고 부연했다.

 

절망 속에서 앞으로의 정치 인생을 고민하고 있을 때 당론이라던 변명을 이해해준 민주당 의원들이 생각났다고 김 구의원은 언급했다. 그리고는 “상대 당 소속인데도 저를 외면하지 않고 신념을 믿어주고, 같이 무너진 용산을 바꾸자고 따뜻하게 손을 내밀었다”며 “더불어민주당과 함께라면 민심에 기반한 변화를 이끌어갈 수 있겠다는 믿음을 갖게 됐다”고 강조했다.

 

약 6분에 걸쳐 국민의힘 탈당과 민주당 입당 결심의 계기를 이처럼 상세히 밝힌 김 구의원은 “10·29 참사 1주기를 계기로 속죄하는 마음으로 저부터 다시 태어나겠다”며 “정쟁과 갈등을 극복하고 용산구민 모두가 더불어 사는 따뜻한 공동체 용산을 희망한다”는 말로 기자회견을 마무리했다.

 

김 구의원은 지난해 대선 후보이던 윤 대통령 캠프의 국민화합위 여성위 부위원장을 지내고 같은 해 지방선거에서 용산구라선거구에 출마, 무효표 355표를 제외한 총 1만5820표 중 7117표를 얻어 44.98%의 득표율로 당선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