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튜버로 활동하며 대중에 이름을 알린 이들의 ‘극단적 선택 암시’와 사망 소식은 시청자들에게 큰 충격을 안긴다. 죽음을 예고하는 발언·행동 등이 담긴 영상을 통해 고인의 생전 마지막 모습을 보게 되는 경우, 그 충격은 더욱 클 수밖에 없다.
전문가들은 유명인의 죽음에 심리적으로 동조하는 ’베르테르 효과’를 우려하며, 법적 제재 마련 및 플랫폼 관리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최근 학교 폭력 피해를 고발하면서 드라마 ‘더 글로리’ 현실판 주인공으로 대중들에게 알려진 고(故) 표예림씨는 지난 10월 부산의 한 수원지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표씨는 당일 ‘유서 이제 그만 편해지고 싶습니다’라는 제목으로 라이브 방송을 진행했다.
당시 그는 “나를 죽게 한 사람은 나이자 스토커이며, 제 학교 폭력 가해자들이다” “뭐가 쇼인지는 모르겠지만 다 그만하고 싶다” “나 하나 때문에 이렇게 일어난 일이니까 나만 없어지면 되는 것 아닌가” 등 극단적 선택을 암시하는 발언을 남겼다.
앞서 인터넷 방송인으로 활동한 고(故) 임지혜(임블리)씨가 올해 6월 유서를 작성하는 등의 장면이 방송에 담기기도 했다.
타 BJ(인터넷 방송인)들과의 ’합방(합동 방송)’에서 다툼이 일은 뒤, 그는 집으로 자리를 옮겨 라이브 방송을 이어나갔다.
“이제 못 버티겠다”는 육성, ’앞으로 인생을 살아가면서 죄책감을 갖지 않길 바란다’는 유서 내용이 담긴 당시 영상은 그의 마지막 방송이 됐다.
극단적 선택을 하는 일반인의 장면이 실시간 방송을 통해 공유된 경우도 있다.
올해 4월 여고생 A양은 서울 강남 소재 한 건물 옥상에서 극단적 선택을 했다. 당시 그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실시간 방송은 켜져 있었다.
A양의 방송을 보고 있던 시청자들은 “제발 그러지 말아라” “내려와라. 다들 너가 살길 바라고 있다” 며 그를 말리려 했다. 일부 시청자들의 신고로 경찰·소방관이 현장에 출동했으나, 이미 그가 세상을 등진 후였다.
전문가들은 유튜버 등 유명인의 죽음에 대한 모방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고 우려를 표하며 극단적 선택을 암시·예고하는 콘텐츠에 대한 제재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조연주 나봄미디어심리연구소 대표는 뉴시스와 인터뷰에서 “최근 잇따라 극단적 선택을 한 유튜브 셀럽들의 소식이 일상적으로 광범위하게 전파되면서 '베르테르 효과'를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며 "유명인과 비슷한 어려움에 처해 있거나, 평소 감정이입을 많이 했던 유명인이라면 심리적 영향을 더 크게 받을 것”이라고 했다.
이어 “유서 작성과 극단적 선택의 과정을 실시간 생중계하는 유튜버들에 대한 국회 법안이나, 이와 관련한 정부의 제재가 전무한 사실이 답답하다”며 “이만큼 많은 사고가 발생했음에도 어떤 제재도 두지 않는다는 것은 위험에 노출된 우리 사회를 방치하는 것이나 다름없다”고 말했다.
아울러 “극단적 선택이 전염병이 되지 않도록 나라와 개인, 우리 모두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헌식 대중문화평론가도 “유튜버들의 극단적 선택을 보고 대중들이 모방할 우려가 있는 것은 당연하다”며 “콘텐츠 차단은 물론 채널에 대한 즉각 운영 정지 역시 필요하다. 극단적 선택을 언급하는 유튜브 계정에 대한 특별 관리를 플랫폼이 해야 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표씨의 사망 소식이 전해진 다음날,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표예림과 내 인생 비슷하다. 나도 같은 엔딩일까”라는 게시글이 올라오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