꿀벌에 해로운 독으로 알려진 살충제를 분해하는 신종 미생물이 발견됐다.
환경부 소속 국립생물자원관은 30일 꿀벌에 독성이 강한 것으로 알려진 살충제 ‘카바릴’을 분해하는 능력이 뛰어난 신종 미생물을 우리나라 토양에서 분리하는 데 성공했다고 전했다.
카바릴은 사과 적과제(한 가지에 너무 사과가 맺히지 않도록 과실을 솎아내는 농약)와 진드기 살충제로 주로 쓰이는 살충제다.
다만 꿀벌에 독성이 강해 ‘농약관리법‘에 따라 ‘꽃이 완전히 진 후’에만 사용할 수 있다. 한 연구 논문에 따르면 사과꽃 등이 개화할 때 살포한 카바릴은 3주가 지난 뒤 인근 양봉 농가 꿀벌 70%를 폐사시켰다.
독성은 수생태계에도 영향을 미쳐 환경부 ‘먹는물 수질 기준’상 카바릴 농도를 0.07ppm으로 제한하고 있다.
국립생물자원관과 김동욱 상지대 교수 연구진은 2020년부터 카바릴 분해 능력이 뛰어난 미생물을 찾는 연구를 진행했다.
연구진은 전국의 논밭 40여곳에서 채취한 토양에서 세균 1000여주를 분리해 카바릴 분해 여부를 실험했다. 그 결과 메조라이조비움(Mesorizhobium·뿌리혹박테리아 세균류) 속의 신종(SP-1A)이 하루 만에 카바릴 100ppm을 완전히 분해하는 것을 확인했다. 카바릴의 자연 반감기는 9일로, 100ppm이 1ppm으로 감소하는데 두 달 이상 걸린다.
해당 미생물은 공기 중 질소 기체 분자를 암모니아 등의 질소 화합물로 전환하는 질소 고정의 특성도 보였다. 미생물을 활용해 토양에 쓰이는 화학비료 사용량을 줄일 수 있는 것이다.
서민환 국립생물자원관장은 “이번 연구는 식물 생장을 도우면서도 토양 및 수생태계 잔류 농약을 분해하는 세균을 발견했다는 의미가 있다”며 “앞으로 더 많은 유용 미생물자원을 발굴하여 친환경 농법 등 관련 연구에 활용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 말했다.